▲ 사진출처 MBC '불의 여신 정이' 공식 홈페이지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 백파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MBC 월화극 '불의 여신 정이'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유정(문근영)과 광해(이상윤)의 알콩달콩한 애정전선과 도자기를 빚는 정이의 예술혼도 주목할 만하지만 드라마 초반 시선을 잡은 것은 어린 정이(진지희)가 아버지 을담(이종원)과 세간의 눈을 피해 함께 살던 외딴집이다.
초원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고 다른 민가가 보이지 않는 이곳은 정이가 처음으로 어린 광해(노영학)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오솔길과 아무렇게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그 푸른빛이 하나같이 싱그러운 풀들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듯 신비롭다. 바로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에 위치한 설매재자연휴양림의 '배너머고개'다.
용천리 큰골에서 두멍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배너머고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비탈길을 천천히 걸어 오르다보면 어느새 산자락이 발아래에 놓이는 상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휴양림에서 드라마 세트장인 을담의 집까지 걸어가면 왕복 1시간30분 정도 소요돼 트레킹을 하기에도 알맞다.
설매재자연휴양림은 이전에도 여러 사극 작품의 배경이 됐다. 영화 '왕의 남자'를 비롯해 '폐인'을 양산한 드라마 '다모'와 2009년도 '월요병 치료제'로 활약했던 드라마 '선덕여왕'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의 이름을 딴 다모숲도 별도로 조성돼 있으니 전직 다모폐인이자 MBC 사극을 즐겨본 이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어가려면 통나무집 숙소를 대여하거나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사극의 주인공 처럼 숲속을 달리고 싶다면 말 대신 산악오토바이(ATV)를 이용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흙길과 우거진 풀 사이를 짜릿하게 누비는 ATV는 조작법과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인근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 있어 익스트림 레포츠를 즐기기도 좋다. 배너머고개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대부산과 유명산을 트레킹 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약 1시간 정도 이동하면 고려시대에 지은 사찰 '사나사'가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사나계곡을 보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 관광지라기 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간직한 힐링 스팟이다.
인근에는 양평 5일장이 열려 매달 3·8·13·18·23·28일이면 시끌벅적 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