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이 나도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내일부터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지하 2층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전력수급위기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서 '전력수급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원전비리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이 폭염과 겹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사태)'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산자부는 12∼13일 이틀간 전력 공급능력은 시간당 7744만kW이지만 시간당 최대 전력수요는 8050만kW(수급 대책 시행 전 기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예비력이 마이너스 306만kW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상시 수급 대책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kW 안팎에 머물러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경보 '경계'는 9·15 전력대란 당시 예비력이 20만kW까지 떨어지면서 '심각' 단계가 발령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력당국은 긴급 비상조처를 동원해 예비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발전기가 1개라도 가동을 멈춘다면 예비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마지막 수단인 '순환단전'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동서발전의 일산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일부가 고장으로 17시간이나 가동을 멈췄던 것으로 확인돼 '블랙아웃' 공포를 더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9일 오후 9시20분께 갑자기 멈춰선 일산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3호기(공급력 10만kW)가 긴급 복구 덕분에 10일 오후 2시 4분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