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61)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르노삼성차의 영업본부장으로 전격 이적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사장급 임원이 국산차 브랜드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배경과 향후 파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다음달 1일부로 영업본부장(부사장)에 박동훈 전 폭스바겐 사장을 선임한다고 19일 밝혔다.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 코리아 설립(2005년) 때부터 사장으로 참여해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달만 해도 폭스바겐은 BMW에 이어 판매 2위를 기록했다. 벤츠, 토요타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폭스바겐 뒤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박 전 사장의 이적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말 부임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대표와의 갈등이다. 예산 편성·집행, 인사 등에서 자유로웠던 박 전 사장이 타머 대표 취임 이후 권한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타머 대표를 보좌하는 독일인 임원들의 입김도 덩달아 커지면서 박 전 사장의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타머 대표 부임 이래 폭스바겐코리아 임직원의 10%가량이 사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입차 영업을 담당하는 한 임원은 "한국 시장 진입 초기 현지인에게 전권을 줬다 브랜드가 안정화되자 본토 출신으로 경영진을 교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파워·머니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약세인 현지인 사장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의 이적을 또 다른 도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전 사장 스스로 르노삼성 취임 직후 "폭스바겐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 나는 꿈을 이룬 셈이고 더 이상 여한이 없다"며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노하우를 또 다른 곳에서 활용해 볼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한때 기아차를 위협하는 강력한 추격자에서 내수 판매 '꼴찌'로 전락한 르노삼성 부활을 이끄는 도우미를 자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