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37)이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감기'로 영화계 활동 15년 만에 자신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또 데뷔 후 처음으로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MBC '일밤 - 진짜 사나이'가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의 시청률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진짜 장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 흥행 갈증을 씻다
1998년 '짱'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흥행 갈증을 씻지 못했다. 최고 기록은 2년 전 하정우·박휘순과 함께 한 '의뢰인'(240만)이었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처음으로 저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지금까지 작품에서 인형극에서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처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인형이 돼서 구조대원 강지구라는 인물에 저를 담아냈죠. 김성수 감독님은 각색이 가능하니 각 상황에 따라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직접 써보라고도 주문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관객이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영웅적인 면을 배제하고 무조건 착해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촬영전 실제 구조대원들과 생활하며 직업적 사명감 이상의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고, 이런 부분까지 담아내려고 했다. "김 감독님과는 '영어완전정복' 이후로 10년 만에 만났어요. 감독님은 작품 스타일처럼 현장에서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배우에게는 최대한 자유를 주시죠. 직접적인 지시 없이 자유롭게 해보도록 한 뒤 오케이 사인을 주기 때문에 강지구라는 인물이 더욱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절권도 이어 권투까지 수련…"정신과 육체의 고통 딛고 집중력 키워요"
TV는 그의 진짜 모습을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매달 1주일씩 부대에 들어가 현역 군인들과 똑 같은 생활을 하다보니, 대본도 없는 상황에서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곧 40대가 되는데 좀 더 넓어지고 꽉 찬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못하고 계속 떠 있는 느낌이었죠. 스물아홉 살에 입대해 30대를 군에서 맞이하던 때를 생각하니 당시에는 하루하루를 꾹꾹 다져가며 지냈던 기억이 났어요. 강원도 GOP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끈끈한 동료애와 미래에 대한 절실한 고민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죠."
그동안 예능 출연의 전제 조건이 "김종국과 함께 나가는 것"이었을 만큼 극도로 꺼렸다. 친분이 없는 출연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 했지만 '진짜…'는 그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생략할 수 있었다. '체험 삶의 현장'과 비슷해 몸으로 부딪히는 순간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자신이 쓴 책의 제목인 '열혈남아'란 별명답게 평소에도 '진짜…' 속 모습처럼 자신을 단련하고 인내심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절권도 등 각종 무술을 섭렵했고, 요즘은 복싱에 빠져 있다. "링 위에 오르면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없는 상황들과 부딪히죠.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참아가면서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요.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기죠. 지금 내가 이렇게 몸을 쓸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게 된답니다."·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