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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가을, 이 좋은 계절

[모놀로그] 가을, 이 좋은 계절

지나가는 소나기 빗방울 사이로 바람이 뺨에 닿는 걸 보니 여름이 이제 갔음을 느낀다. 여름은 지겹도록 더웠으면서도 막상 여름의 끝은 항상 어딘가 슬프다. 하물며 여름이 끝남과 더불어 연애가 끝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고.

사십대 중반인 대학교 남자동창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성친구의 결혼식은 마치 형제 장가보내는 것 같아 흐뭇하고 대견하다. 동창들 사이에서 그리 살가운 편이 아니었지만 마지막 타자라 친구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축하해주러 왔다. 신랑신부가 둘 다 사십대이고 양가 부모님들도 연로하셔서 하객 분위기는 비장하고 감격에 겨웠다.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의 미혼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들은 연애는 해도 이젠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을 통해 결혼생활의 허와 실을 알게 되고, 최소한 자기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 조금 외롭더라도 덜 귀찮고 힘든 쪽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늘 이성적인 판단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찾아오는 '가을'같은 시점들에 있어서 우리는 흔들린다. 정점을 찍고 이젠 완연한 내리막길인데 여기서 이대로 차분히 상황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무언가에 대해 어쩌면 무모한 희망을 품을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계절. 가을이라는 계절의 잔인함은, 갑작스런 찬바람에 마음이 놀란 탓인지, 이건 마치 이내 모든 것이 끝나버릴 것 같은,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모든 걸 놔버려야할 것 같은 조급한 체념이 든다. 그렇게 포기를 해버리면 차라리 쉬울 것처럼.

대학동창들과 가을의 쓸쓸함을 말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전체로 치면 우리는 이제 막 가을 속으로 들어갈 때. 동기의 마지막 결혼식 이후, 우리는 아마도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만나기전까지는 한동안 서로를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우리의 가을. 불혹은 커녕 이래저래 흔들리겠지만 그럼에도 가을은 너무나 좋은 계절이기에, 잘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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