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감독은 7월을 앞두고 앞이 컴컴했다. 개막 초반 스마트 야구와 탄탄한 팀워크로 선두권을 달렸다. 3연패를 노리는 삼성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가 없으면 무너진다. 나이트·밴헤켄 등 선발투수들이 부진에 빠지며 마운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초보감독에게도 위기가 왔다. 6월은 9연패 포함 8승1무13패. 고민을 하다 보니 하루에 두 시간도 자지 못했다. 체중은 57kg까지 떨어졌다. 야구를 한 이후 가장 적은 체중이라고 한다. 지난 겨울 선수들의 단내 나는 땀을 기억하는 그에게는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을 찾아갔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감독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커다란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한 달 뒤를 준비하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머리 좋은 염 감독은 곧바로 의미를 알았다. 벌어놓은 승수가 있으니 선발투수들을 한 달 동안 준비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두 명의 선발투수들을 준비했다. 문성현과 오재영이었다. 문성현은 4월 중순 이후 1군에 없었다. 준비기간을 거쳐 7월 31일부터 선발투수로 나서 6경기에서 5승을 따냈다. 오재영은 2경기에서 1승, 9.1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넥센은 8월을 버텨냈다. 9월 1일까지 12승11패1무로 버텼다. 두 투수가 없었다면 무너졌을 것이다. 넥센은 롯데에 3.5경기 차로 앞서 있다. 남은 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면 4강이 확실시된다. 한 달의 준비를 통해 무너지지 않는 힘을 키워냈고 위기의 넥센을 구한 것이다.
리더는 위기를 맞으면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에게 명답을 내준 김성근 감독의 내공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염 감독은 답을 찾기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고 몸부림쳤다. 위기에서 보여준 염 감독의 리더십. 그리고 이것까지 밝힌 그의 내공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