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직장인의 가장 큰 업무 스트레스 중 하나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e-메일과 전화다. 특히 퇴근한 뒤에도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e-메일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근무 시간은 사실상 '24시간 풀타임' 대기 상태다. 최근 독일에서 이 같은 '스마트폰 족쇄'를 풀어주는 파격적인 규정이 신설돼 화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폰 데어 라이엔 독일 노동부 장관은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근무 시간 외에 직원에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에 서명했다. 회사 밖에서 근로자의 쉴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라이엔 장관은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이번 규정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직장에서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녹초가 돼 생산적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직원들에게 휴식 시간을 제대로 보장해 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도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이엔 장관은 "퇴근 후 연락이 되지 않는 곳에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근로자들에게 회사를 위해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독일 노동부의 이번 근로자 규정은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과 BMW, 스포츠 의류 업체 푸마의 근로 규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2011년부터 근무시간이 끝나고 나서 30분 뒤부터는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BMW와 푸마는 직원들에게 여가 시간이나 주말에 e-메일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기업에도 이런 규정이 마련될까? 회사원 권영진(31)씨는 "하루에 e-메일을 50통 정도 받는데 요즘은 퇴근 후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서도 업무 지시가 내려와 골머리가 아프다"면서 "한국에도 이런 규정이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하지만 회사가 '긴급상황'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규정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퇴근 후 근로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회사는 물론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