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44년 만에 재회한 후 가난하게 살던 부부가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20년 만에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총 6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서로에 대한 사랑을 소중히 지켜온 부부의 사연에 많은 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인공은 허난성 시핑현이 고향인 왕바오치(88)와 황란샹(90) 씨. 부모님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7살에 부모의 뜻에 따라 약혼을 하고 20살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발발한 1948년 내전 때문에 왕 할아버지는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징병됐다. 이후 군대를 따라 대만으로 온 왕 할아버지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태어난 지 한달 된 아이를 돌보던 황 할머니는 남편이 징병됐다는 소식을 이웃 주민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운명에 순응하며 아이를 키웠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하나 둘 재혼했지만 왕 할아버지는 아내와 다시 만날 날을 그리며 끝까지 버텼다.
결국 1984년이 돼서야 왕 할아버지와 황 할머니는 서신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1993년 결국 44년 만에 재회했다.
이후 함께 사랑을 키어온 부부는 가난 때문에 20년 동안 결혼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산 재단의 도움으로 지난달 31일 64년만의 결혼식을 거행했다.
왕 할아버지는 "아내와 헤어졌을 때 아이가 막 태어났었는데 다시 만났을 때는 손자가 열 여덟살 이었다"며 "서로 놓치며 살아온 것이 많지만 앞으로 다시 알아갈 날들이 더 소중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 할머니도 "생전에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