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인테리어·디자인 업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월급쟁이로 일하면 워낙 박봉이라, 사장님으로 변신해도 경쟁이 너무 심해서 이래저래 돈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사무실 개업 1년 만에 투자비 두 배를 '뽑은' 디자이너가 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일하는 최한열(37) 한 인테리어 대표.
그의 사무실은 10여평 규모의 카페를 지나야 나온다. 즉 커피와 와인을 파는 카페에 들어온 뒤 별도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야 한다. 카페가 인테리어 사무실을 엄호하고 있는 셈이다.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 분에게는 홍대나 강남, 분당 정자동 일대를 도는 '카페 투어'가 필수입니다. 벤치 마킹을 하려는 것인데 눈에 띄는 카페가 있으면 구경하게 마련이죠."
최 대표가 의도적으로 전면에 배치한 '한 카페'의 존재 이유다. 이 곳은 빨간 벽돌과 시멘트, 메탈 소재의 천정 라인, 70년대 쓰던 타자기와 미싱 등이 조화를 이루는 빈티지 컨셉트를 기본으로 한다
즉 이 카페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 예비 창업자들은 곧바로 자신의 카페를 설계할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다. 최 대표는 "카페에 들어선 뒤 서너 걸음을 내디디면 그는 이미 고객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 카페'의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 대표는 벌써 6개월치 주문을 확보했다.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사실은 어느덧 모텔 업계에도 알려져 최 대표는 본의 아니게 모텔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하다고 했던가. 최 대표는 자신을 돕는 직원들과 평생 함께 가기 위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인테리어는 겨울이 비수기입니다. 이 때는 월급을 주기 힘들 정도로 수익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카페 사업 병행을 생각했다가 사무실과 연결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온 거죠."
10년 전 재능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교훈도 밑거름이 됐다.
그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판로가 없으면 소용 없다. 인테리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판로가 중요한데 이 또한 카페가 상당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최 대표가 고안한 '카페+사무실' 비즈니스 모델은 '통찰' '전우애''실패'의 합작품인 셈이다.
그는 "사장님과 월급쟁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답변을 했다.
"출근할 때 기분이 '완전' 달라요. 기분이…. 일터에 왔는데 커피 냄새도 나고…. 그래서 결혼도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