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직장인 이강인(34·가명) 씨는 얼마 전 부장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야근 도중 졸고 있는 팀원들의 재미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이 인사팀에 의해 발각돼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인들 사이에 'SNS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인맥이 넓긴 했지만 설마 회사에서까지 알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바로 폐쇄했다.
#사례2=지난달 초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깜짝 놀랄 제보를 받았다. 한 여고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음란 동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신상이 털리는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것이다. 붙잡힌 용의자 이모씨(31·무직)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뒤 상호 파일 공유 방식으로 '나 어때녀'라는 음란물을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상 털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고급 IT지식이나 전문가적인 해킹 기술이 없이 검색어 조합만으로도 웬만한 개인의 얼굴 사진, 혈액형, 관심사, 신체사이즈까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인의 아이디(ID)를 입력하면 관련된 게시물을 찾을 수 있는 '신상 털기 앱'까지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심각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보안연구단은 페이스북(657만개)과 트위터 (277만개) 등 SNS이용자 계정 934만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노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름과 학교정보만 알아도 이용자 2명 중 1명꼴로 손쉽게 신상 털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경우 이름(100%), 성별(92%), 고등학교(47%), 혈액형(40%), 대학교(35.5%), 관심사(19.8%), 좋아하는 음악(14%) 등의 순으로 개인신상 정보가 노출됐다. 트위터의 경우 이름(69%), 지역(45%), 직업(33%) 순으로 노출 정보가 많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합친 934만개 계정 가운데 3개 항목 이상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계정 수는 386만개로 전체의 41%에 달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노출된 이름과 ID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도 최소 17만개의 트위터 계정과 페이스북 계정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이 덕분에 신상 털기는 생각보다 수월하다.
주민등록번호나 ID, 계좌번호 등과 같은 '식별정보'를 몰라도 이름과 고등학교 조합만을 통해서도 개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226만명(34%)에 달했다. 여기에 대학교 정보를 추가할 경우 297만명(45%)의 개인 식별이 가능했다.
최대선 ETRI 박사는 "네티즌들은 주민등록번호만 털리지 않으면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SNS 계정에 들어 있는 개인정보를 서로 연결하게 되면 웬만한 신상 털기가 가능하다"며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피싱 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