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31)이 남성 배우들이 장악한 극장가에 여우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맞선다. 영화 '공범'(24일 개봉)은 연기활동 13년 만에 처음 도전한 스릴러이자 2시간을 홀로 끌어가다 싶이 하는 작품이다. 절정의 연기력과 숨은 매력을 이 작품에 모두 담았다.
# 스릴러 퀸에 도전하는 그녀
'공범'에서 그가 연기한 다은은 아빠(김갑수)의 넘치는 사랑으로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행복하게 살아온 기자 지망생이다. 공소시효 15일 전 유괴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목소리를 영화에서 듣게 되고, 자신을 위해 평생 모든 것을 희생해온 아빠를 의심하면서 힘겨운 진실 추적을 시작한다.
그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물론 아빠를 범인으로 의심하기 시작하며 폭발하는 감정 등 폭 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스릴러가 처음이기도 했고, 지금까지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었어요. 보통 한 작품에 3~4개였던 감정신이 이 영화에는 대부분을 차지했어요. 다은이가 놓여있는 상황 자체가 잔인했던 거죠."
그는 촬영 전 연기를 상상하는 순간 막막하고 힘들었다. '내가 저 속에 들어가는 순간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겁부터 났다.
"사실 감정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와의 싸움은 고통의 연속이었죠. 다가가고 싶지도 않은 상황들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엄청난 고독감이 몰려왔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고통 속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정작 중요한 연기를 할 때 에너지를 놓칠까봐 일상에서는 인물에 빠져 있지 않고 최대한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여배우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원톱 주연을 맡는 것도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타워'를 촬영할 때 이번 영화 출연을 결정했어요. 베테랑 감독, 많은 배우들과 서로 기대며 촬영했던 '타워'와 정반대로 가고 싶었죠. 마찬가지로 '오싹한 연애'를 촬영할 때 '타워'를 선택했어요. 그 영화 역시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 후배를 끌어가야 하는 책임감이 있던 작품이었죠. "
# 제 모습 늘 새로웠으면 좋겠어요
이번 영화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던 그는 다시 한 번 많은 배우들과 공연하는 대작에 몸을 실었다. 조선판 해양 블록버스터 '해적'에서 여자 해적 여월 역을 맡아 촬영에 한창이다.
"어릴 때는 몸 쓰는 걸 안 좋아했어요. 감정 연기에 더 욕심을 냈었죠. 그런데 더 나이 들면 액션은 못 할 것 같더라고요. '킬 빌'과 같은 여주인공을 내세운 센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바람도 늘 있었죠. 변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제 모습이 늘 새로웠으면 해요."
그는 10년 이상 흥행 파워와 정상의 인기를 이어오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카메라 이면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13년간 특별한 스캔들이나 루머가 없었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연애를 많이 못 한 건 사실이에요. 연예인끼리는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럴 마음도 그다지 없었고요. 공개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안 좋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제 성격이 그래요. 일할 때는 완벽하고 싶거든요. 내 개인적인 부분이 알려지면 작품에서 저를 바라볼 때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그만 행동도 조심하고 사고 안 치려고 노력하죠. 13년간 어떻게 쌓아온 이미지인데. 한 순간에 날아가면 억울하잖아요.".k·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