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백화점 바이어 A가 방한했다. A는 패션코드2013의 초대를 받았고 오후 5시쯤 코엑스에 마련된 행사장을 찾았다. 60여 개에 달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부스를 발견하고 당황했다.
전시회가 있는 걸 알았다면 일찍 와서 둘러봤을 것인데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초청메시지는 패션 관계자들의 네트워킹파티에 대한 초대뿐이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패션코드2013에 이어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행사에 대한 업무가 있지만 14시간 비행기 타고 온 사람으로서, 백화점 바이어로서 더 많은 브랜드를 살펴볼 기회를 잃은 게 못내 안타까운 얼굴이었다.
LA에서 패션유통업을 하는 B씨는 디자이너 S씨 컬렉션을 참관했다. 20분 남짓한 쇼가 끝나자 디자이너가 무대로 올라왔다. 관객을 향해 몇 발자국 다가오던 S씨는 걸음을 멈추고 정면과 좌우를 향해 고개를 까닥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B씨가 원래 인사를 저렇게 하냐며 귀엣말을 했다. 마치 컬렉션에 와 있는 걸, 디자이너의 작품을 본 걸 영광으로 생각해,라는 눈빛이라며 쇼를 지켜 본 사람으로서 마음이 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착과 공이 클수록 관객에 대한 감사함도 큰 법이었다. 최고의 요리사는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 큰 절을 한다는 부연에 필자의 낯이 뜨거워졌다.
쇼가 시작됐다. 모델이 워킹(Walking)을 시작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디자이너 작품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TV에서 영화에서 봤던 조각 같은 얼굴과 몸을 가진 모델 때문이었다. 핸드폰으로 인기 모델을 찍느라 분주한 관객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제사는 나 몰라라 젯밥에는 열정을 드러냈다. 문득 관객을 둘러 보니 디자이너의 작품에 사업적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는 듯 했다. 명색이 정부가 지원하는 컬렉션인데.
뉴욕의 바이어 A씨는 대체 누구로부터 어떻게 초청을 받았을까. 바이어를 초대하면서 전시회에 대한 안내는 물론이고, 행사장 출입에 대한 도움마저 하지 않는 태도는 무엇일까. 컬렉션을 진행하는 디자이너는 쇼의 주인이기 때문에 절대 권력자일까. 자신의 창작 활동에 대한 가치는 보는 사람, 입는 사람으로 인해 보장되고 높아지는 것이란 걸 이해할까. 디자이너가 눈요기를 위해 온 사람들에 둘러 싸여 컬렉션을 진행해야 할까. 물론 한 가지씩에 불과한 사례로 전체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묻고 싶다. 그게 최선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