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삼성전자처럼 미국에 투자하세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같이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선택 2013 투자 서밋'에서 연사로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베팅하면(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자존심'을 접고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40억 달러(약 4조2400억원)를 투자하는 등 미국에서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 유치의 모범 사례로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직접 거론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스마트폰 특허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애플 편을 들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 눈길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갤럭시S2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애플의 구형 제품에 대해서는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 때문에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이중 잣대'를 지녔다는 비판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철저히 자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지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을 뿐이다.
최근 한국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게임을 술과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알콜·마약·도박·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한 국회 연설은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좌절로 몰아놓고 있다. 한 게임업계 대표는 "마약상과 같은 취급을 받느니 회사를 국외로 다 옮기자"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을 정도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는 9조7525억원으로 빅 마켓에 속하는 화장품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임산업 종사자는 9만5015명(2011년 기준)으로 음악(7만8181명)은 물론 방송(3만8366명), 광고(3만4647명), 영화(2만9569명)산업 종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국내 정치권이 시장 규모로나 일자리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을 고사시킬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상황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기회의 땅' 미국으로 오라"는 유혹의 손길을 보내기 위해 벌써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