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도심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이 단말기 보조금 홍보 문구로 도배돼 있다. / 손진영 기자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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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이동통신사·제조사와 대리점 등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보조금 문제로 인해 '단말기 유통구조 제도 개선법''통신비 원가 공개' 등이 중점 사안으로 다뤄졌다.
왜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이 이처럼 깊어지는 것일까?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인지, 해결 방안은 없는지 집중 진단한다.
[집중기획]보조금 범람, '소비자가 없다'
1. 보조금, 제대로 받고 계십니까
2. 이동통신사만의 책임인가
3. 유통구조 이대로 좋은가
4. [르포]현장에서 말하는 실상은
5. 보조금 논란 대책은 없나
# A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출고가 89만9000원의 삼성전자 '갤럭시S4'를 보조금 27만원을 받고 62만9000원에 구입했다. 다음날 A씨는 갤럭시S4를 같은 날 구입한 친구 B씨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 B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이 아닌 롯데 하이마트에서 17만원에 구입한 것. 무려 7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사실을 들은 A씨는 곧장 휴대전화를 구입한 대리점에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법적으로 정당하게 판매한 것이 왜 잘못된 것이냐며 오히려 법을 지키며 일하는 사람이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대리점에서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각 이통사 영업담당 임원을 불러 시정할 것을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통3사간 가입자 경쟁으로 인해 보조금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방통위는 영업정지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마트, 하이마트 등 양판점과 홈쇼핑 등에서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공짜폰에 가깝게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하지 못했다. 해당 양판점과 홈쇼핑 등에서는 이통사가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아닌 제조사 등에서 단말기 판매 장려금 형태로 보조금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법적 제재가 없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C씨는 한 인터넷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출고가 95만4800원의 LG전자 'G2'를 카드사 선할인 조건으로 70만원 할인을 받았다. C씨는 4만5000원 상당의 요금제 유지를 조건으로 요금제 추가 할인을 통해 결국 공짜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셈이 됐다. 하지만 C씨가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점이 지급한 순수 보조금은 0원이었다. 카드사 선할인은 결국 C씨의 카드 이용에 따른 포인트를 미리 받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C씨의 호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나간 셈이고, 요금제 할인은 C씨가 매달 이용하는 통신요금에서 차감해주는 본사 차원의 할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리점에는 본사에서 가입자 유치 시 지급되는 지원금을 C씨에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고도 모두 챙길 수 있었다.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며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 및 시장 경쟁 체제를 보조금을 통한 소모적인 경쟁에서 단말기 자체 가격 인하를 통해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실질적으로 보조금 재원은 크게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으로 나뉜다. 현행법상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이통사만을 처벌토록 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사업자·대리점의 보조금 지급 요건 및 내용을 의무 공시하고 제조사 장려금을 보조금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는 "보조금 규제의 실효성, 규제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조사의 차별적인 장려금 제공 등에 대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시 국내 제조사에 대한 제재만 집중적으로 이뤄질텐데 결국 애플 등 해외 단말기 유통만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내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상 정부가 발목을 잡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놓고 정부가 각종 요금 및 보조금 규제책을 만들어 제재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긍정적인 시장경쟁 체제를 유도하는 진흥적인 제도와 정책 마련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