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창생'의 개봉(6일)을 앞두고 만난 최승현(26)의 오른손 손등에는 지름 3cm 정도의 길다란 흉터가 짙게 남아 있었다. 액션신을 촬영하다가 강화 유리에 찔려 부상을 입은 그는 "바빠서 흉터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도 "영화가 잘 되면 영광의 상처로 생각하겠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 여동생 구하려는 남자간첩
이 영화는 남파 공작원인 북한 소년 리명훈(최승현)이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위험한 살해 지령을 수행하면서 여동생 리혜인(김유정)과 같은 반 친구 이혜인(한예리)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첫 주연을 맡아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연기한 최승현은 총격신, 오토바이 추격신, 격투신 등 고난도의 액션신을 직접 소화하면서 매력의 최대치를 발산한다.
"극중 정호빈 선배와 치열하게 겨루는 장면에서 깨진 유리창에 묻은 피는 진짜 제 것이죠. 이전까진 액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겁내면 스태프들이 긴장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었죠."
영화를 보면 매신 최선을 다한 최승현의 노력이 그대로 읽힌다. 액션신을 위해 지난 몇 개월간 새벽마다 일어나 연습했다고 했다. 특히 빅뱅 월드투어와 병행해야 해 국내와 해외를 바쁘게 오가며 무려 1년이나 촬영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고통스러웠어요. 그 때가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죠. 원톱 영화라 어깨가 무거워요. 관객들이 보면서 그저 고생했구나 정도만 알아주시면 만족할 것 같아요."
그렇기에 영화가 뒤늦게 개봉된 게 아쉽다. 촬영 기간이 늘면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먼저 개봉돼 좋은 장면들을 꽤 편집해야 했다고 말했다.
◆ 상 많이 받으며 자신감도 생겨
또래와 다르게 꽤나 진지하고 책임감이 남달라 보였다. 주목받는 신인 연기자로서 한치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큰 듯 했다.
2010년 드라마 '아이리스'의 킬러로 연기 데뷔한 최승현은 소년 학도병을 연기한 영화 '포화 속으로'로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아이돌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상을 많이 받으면서 책임감을 많이 갖게 됐어요. 대신 시야도 넓어져 더욱 자신감도 갖게 된 계기였죠.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어요."
남다른 책임감은 빅뱅의 탑으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팀의 맏형이라 힘든 일이 있어도 멤버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서 삭이는 편이라고 했다. "일할 때는 다섯 명 다 예민하기 때문에 나까지 긴장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팀 내에서 내가 가장 장난이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 국내에 두번째 솔로 발표
첫 주연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최승현은 이달부터는 가수로 활동을 재개한다. 이달 중순께 일본에서 빅뱅 돔 투어에 돌입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두 번째 솔로 싱글을 낼 예정이다.
신곡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전투적인 분위기로 담은 자작곡으로, 이미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쳤다.
"빅뱅 월드투어와 영화 촬영 때문에 한동안 한국 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앨범도 2년 전께 낸 게 마지막이죠. 혹여나 주변에서 '신비주의다' '나태해졌다'는 오해를 받기 싫었어요. 어서 빨리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노래 분위기가 전투적이죠. 하하하."
빅뱅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판권이 미국·일본 등 전세계에 팔렸다. "K-팝뿐 아니라 K-무비 열풍이 부는데 조금이라도 한 몫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