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기업들이 한국사와 사랑에 빠졌다.
토종·외국계 기업 할 것 없이 앞다퉈 역사 인식을 고취하거나 문화재를 보호하는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사적 제193 호)에서 '조선왕릉 지킴이' 봉사활동을 했다.
이건호 은행장을 비롯한 90여 명의 자원봉사단원과 가족들은 동구릉의 역사를 되새기며, 능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등 문화재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지난 5월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은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바로 맞은 편에 본사가 있는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복구 이전인 최근까지도 매주 이곳을 찾는 관람객에게 숭례문의 역사와 가치, 복구 절차 등을 설명했고 특유의 외국어 실력을 발휘해 외국인에게도 안내활동을 했다.
글로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로 70주 가까이 국내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는 경복궁, 경회루에서 보수 지원·청정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문화재 보존·활용을 위한 3D 정밀측량 사업도 지원한다. 실제 문화재청과 대한지적공사는 지난달 1일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서울문묘와 성균관을 대상으로 측량을 했고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3D 영상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도 문화재 지킴이로 활약 중이다. 스타벅스는 문화재청 덕수궁 관리소의 대표적인 고궁 야간체험 문화행사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를 2009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이 행사는 문화계 유명인사를 초청해 고종 황제의 연회 및 휴식 장소였던 덕수궁 정관헌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주제별 강연을 하는 방식이다.
혜민 스님, '먼나라 이웃나라' 저자 이원복 교수 등 스타 작가들이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
일부 기업은 국사 지식을 입사는 물론 승진의 기본 스펙으로 강조하고 있다.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 격인 '인·적성검사'(HMAT)에 역사에 대한 소양과 사관을 평가하는 문제를 낸 바 있다.
당시 검사에선 '고려, 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는 2개 문항 중 하나를 택해 짧은 에세이를 쓰라는 문제가 나와 구직자는 물론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지난달 열린 경영회의에서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을, 회사를,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같이 파는 것이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직원들에게 역사 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당부했다.
GS칼텍스 역시 입사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두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구기향 홍보팀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은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이 역사와 문화재를 알릴 수 있는 채널 역할을 하면서 고객과의 접점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