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롯데주류가 롯데백화점 창립 34주년을 기념해 와인 한정판을 내 놓았다.
선보인 와인 기사를 보니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당글뤼데(D'ANGLUDET)'라는 와인 이름과 '친환경'이다. 물론 당글뤼데와 친환경은 연관성이 없다. 굳이 연결 짓자면 '앙글뤼데 포도원에서 만든 친환경 와인'이라 할 수 있겠다.
샤토 당글뤼데는 보르도 오메독의 명성 자자한 6개 마을 중 하나인 마고에 속한 포도원이다. 마고는 메독 지역 와인을 대상으로 1855년 파리박람회 때 지정한 그랑크뤼 1~5등급 61개 샤토 중 21개가 속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양조하는 마을이다.
앙글뤼데는 샤토 마고나 팔메 포도원과 같은 뛰어난 재배환경(떼루아)은 아니다. 그랑크뤼 등급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크뤼 부르주아' 등급으로 오랜 동안 명성을 누려 온 샤토다.
'크뤼 부르주아'는 193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후발 주자 중 품질이 뛰어난 샤토에 부여되었다. '크뤼 부르주아'는 와인 라벨에 표기되어 우수함을 '인증' 받아 왔다. 실제로 샤스스플린 등 몇몇 와인은 그랑크뤼 등급와인에 뒤지지 않는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그러나 2007년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이 문구를 라벨에 기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2003년 있었던 크뤼 부르주아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이어진 조치였다.
그래서 이번에 시판되는 당글뤼데도 크뤼 부르주아 표기는 병 라벨에 없다. 그래도 와인 마니아들은 다 알고 있고 요즘처럼 유니섹스한 맛의 와인이 범람하는 시기에 '괜찮은' 와인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이 당글뤼데 와인이 친환경으로 만들었단다. 친환경은 와인 세계에서 '바이오 다이나믹'이라는 용어로 통한다. 한 마디로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빚는다는 것이다. 와인의 거장 프랑스 니콜라 졸리가 창안한 이 농법은 시대에 따라 의미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근본 취지는 인공을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의 강인함을 와인에 접목시킨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분뇨나 식물 등 자연 소재로 만든 퇴비 등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었으나 결벽증 있는 일부 인사들은 그것 조차도 인공이라 하여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은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유기농법을 적용하는 정도는 포도 재배에서 일반적인 상식으로 굳어진 듯하다.
그렇다면 친환경 농법으로 만들어진 와인 맛은 어떨까. 일반적으로는 색깔이 선명하고 밝으며 맛도 상큼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소위 '술꾼' 중 일부는 친환경 와인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약간은 투박한 자연의 맛, 와인에 따라 때로는 강한 미네랄 향도 스며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와인은 그래도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술이다. 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순수 포도 원액으로 만들었고 게다가 자연친화적이기까지 하니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술 중에서는 나은' 술이다. mch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