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와인' 산지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나파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해안지대에 위치한다. 해안에 더 가까운 소노마 카운티와 더불어 미국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품 와인을 만들어낸다. 나파밸리가 어떻게 최고의 와인 산지가 될 수 있었을까?
답은 포도가 잘 영글 수 있는 천혜의 떼루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떼루아는 광의로 해석하면 '포도가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 전체'를 말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와인 구세계는 한 지역 내에서도 다양한 떼루아가 공존한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경우 인접한 포도농장 간에도 떼루아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구세계는 떼루아의 있는 그대로를 와인에 담아내 다양성을 살린다. 기후 변화에 따라 어느 해에 포도를 수확했는가(빈티지)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반면 나파밸리를 비롯한 신세계는 평균적으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떼루아다. 나파밸리 와인은 이상저온 현상만 아니라면 빈티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양조기술이 와인 품질을 결정짓기도 한다.
나파밸리 떼루아를 이루는 두 축은 토양과 지형 등 지리적인 요인과 기후다. 특히 바다에 인접한 데 기인한 기후적인 요소가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열쇠는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해류다. 금문교로 잘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금문해협은 바람이 세기로 유명하다. 금문교가 흔들릴 정도의 거센 바람은 차갑기까지 하다.
동쪽으로 흘러온 북태평양 해류는 미국 워싱턴 주 인근에서 남 북으로 갈라지며 알래스카 해류와 캘리포니아 해류로 나뉜다. 한류에 속하는 캘리포니아 해류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를 흐르면서 몰고 온 찬 바람과 습기가 와인산지 나파밸리를 세계적인 신세계 명품와인의 반열에 올린 원천이다.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동반된 안개는 포도의 신선함과 함께 적당한 산미도 유지시킨다. 포도를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기후적인 여건을 형성한다.
금문해협을 경계로 태평양과 분리된 샌프란시스코 만은 다시 북쪽으로 샌패블로 만을 형성한다. 샌패블로 만에서 나파밸리로는 좁은 강(강보다는 개천에 가깝다)으로 연결된다. 이 강이 나파밸리 60㎞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물길은 그대로 바람길이 된다. 금문해협을 통과한 바람이 강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타고 흐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파밸리의 아침은 체감하기는 쉽지 않지만 위도가 높은 북쪽보다 남쪽 기온이 더 낮다.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포도가 익어가기에 적당한 기온과 습도를 유지한다. 아침마다 낮게 깔리는 안개는 바람과 물과 오전의 서늘한 기운이 만들어 내는 신비다.
낮에는 햇볕이 강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안개를 밀어내고 포도나무가 성장하는 데 충분한 일조량을 제공한다.
그래서 나파밸리 떼루아의 시작은 금문해협이며 금문교야말로 나파밸리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mch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