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국회의원의 발언이 화제였다. 프랑스 거주 한인과 유학생, 관광객 등 백 여명이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그것을 두고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이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채증사진 등 관련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제출하겠습니다. 그걸 보고 피가 끓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 아닐 걸요.'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다.
법적으로 타당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전직 법조인 국회의원의 발언도 앞뒤가 안 맞는 얘기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자국민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협박을 한 것도 모자라, 글쓴 이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거라는 일방적 단정지음은 네티즌의 피를 끓게 했다.
강 건너 사람들은 '분노'가 감정의 최고치이겠지만, 실제 현장 사람들이 느끼는 건 실질적인 '공포'다. 시위현장에 있던 한 관광객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호소했다.
'저…무서워해야 하나요? 팔자에 없는 투사 되는 건가요?'로 시작한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마치 자체검열하듯 그는 진지하게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마음만 먹으면 법무부에 조사를 '시킬' 수 있는 것인지, 자신의 과거의 모든 행적이 파헤쳐지는 것인지, 일터에서 불이익을 얻게 될 것인지 다급하게 물어보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변명하고 입장을 밝히고 사상고백을 강요받는다면 끔찍할 것만 같다며. 내가 그라도 이런 부조리한 폭력 앞에선 그런 공포스런 상상을 했을 것이다.
예기불안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불행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미리 그 사태를 염두에 두고 미리 불안해지는 심리. 세상에 보호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처럼 끔찍한 건 없다. 그 불안감에 물들면 사람들은 어느새 무의식중에 자기검열을 하며 말을 아끼게 된다. 공인(국회의원이야말로 '공인'이다)의 반민주적 발언은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세우긴 오랜 세월이 걸리고 어려워도 허무는 건 순식간이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