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레퍼(Mark R. Lepper)와 쉬나 아이엔거(Sheena S. lyengar) 교수는 미국 대형마트에서 잼 시식을 통해 구매 조사를 했다. A에는 6 종류의 잼을, B에는 24개 종류의 잼을 놓고 실험에 들어갔다. 내방고객 중 시식대 앞에서 발길을 멈춘 소비자는 A가 40%, B가 60%였다. 반면 구매율은 A가 30%, B가 3%였다. 선택의 다양성이 적은 A에서는 12명이 제품을 구매했지만 A보다 4배나 많은 제품을 갖췄던 B에서는 1.8명이 지갑을 여는 것에 그쳤다.
대졸자 취업이 대란에 빠져들었다. 한국경영자총회가 발표한 '2013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100명 중 3.5명이 직장을 얻었다. 취업 경쟁률은 대기업 31.3대 1, 중소기업 6대 1이었다. 2008년도 경쟁률과 비교하면 대기업은 1.0명이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2.4명이 줄어든 수치다. 전체적인 취업률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기피는 더욱 심화됐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능할까 싶다.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Barry Wchwartz)는 대학 4년생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직업 군을 선택할 수 있는 학생일수록 구직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최고의 업무를 추구하는 학생이 적당한 업무를 추구하는 학생에 비해 실제 업무 내용이나 조건이 훨씬 더 좋은 직책에 내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선택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선택의 폭이 넓을 수록 결정은 어렵고, 효율도 덜 한다는 얘기다. 이 사회는 소위 '스펙(Spec)'이란 말도 안 되는(원래 이 말은 기계나 제품에 쓰이는 사양의 의미이니 사람에게 쓸 말이 아니라는 사견) 명분하에 대학생에게 외국어, 인턴, 사회활동, 다양한 자격증을 요구했다. 그 결과 대졸자는 너무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됐다.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방향에서 자신을 경주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100명 중 취업에 실패한 96.5명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다양한 선택지에 빠져 이곳 저곳으로 흘러 다니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또한 기업, 사회, 기성세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과를 전하고 싶다.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