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가 글로벌 환율전쟁에 불을 붙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ECB의 금리인하가 단행된 직후 체코가 11년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체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05% 수준으로 동결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했다. 미로슬라프 싱어 체코 중앙은행 총재는 "적정 환율을 위해 11년 만에 코루나화의 매각에 나섰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외환시장 개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 발표된 후 코루나의 가치는 4% 이상 급락했다. 호주 역시 미국 달러화에 대해 무려 27% 고평가된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에 나섰을 때와 비슷한 경계감이 주요국 중앙은행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ING 그룹의 레인 뉴먼 외환디렉터는 "ECB가 환율전쟁을 부추긴 셈"이라며 "이번 금리인하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선진국이 또다시 환율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도 주목되고 있다. 오는 14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되는데, 일단 금통위가 환율 방어를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환율은 상승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시장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감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고점 매도 대기 물량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물량 유입으로 상승폭은 제한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원화 강세가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연평균 환율은 1060원, 연말 환율은 1045원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