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간 필리핀에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피해 지역에 전달할 방법이 없어 구호단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로와 운송체계 등 인프라 대부분이 마비돼 상당수 구호물자와 인력이 마닐라와 세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9일 세부에 도착했지만 12일까지도 최대 피해 지역인 레이테섬의 타클로반으로 가는 이동수단을 구하지 못해 세부섬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MSF 관계자는 "의사 15명과 긴급 의료물품을 챙겨 서둘러 필리핀에 왔지만 피해 지역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면서 "타클로반 공항은 현재 필리핀 군만 사용하고 있어 언제 레이테 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군경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레이테섬에 있는 군인 1000명을 수용하는 건물이 무너지는 등 군과 경찰 역시 이번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군용 헬기로 피해 지역을 오가며 물자를 나르고 이재민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공군 측은 수송기로 타클로반을 오가며 물과 식량을 실어나르고 있지만 해가 져서 날이 어두워지면 착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40만 파운드의 구호물자를 운송하고 이재민 3000명을 섬 밖으로 옮겼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생존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리적 특성도 걸림돌이다. 인근 섬에서 페리를 이용해 레이테섬으로 물자를 나르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고 운송량도 적다.
한편 태풍 피해 지역의 인명피해 규모를 둘러싸고 필리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레이테섬 현장을 둘러본 유엔 관계자들은 타클로반에서 1만여명, 인근 사마르 지역에서 2300여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1만 명은 과도한 추산"이라며 "인명 피해가 최대 2500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는 현재까지 태풍 하이옌으로 1789명이 숨지고 258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