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조민호의 와인스토리]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 조민호 와인스토리



내주 목요일은 2013년산 보졸레 누보가 시판되는 날이다. 요즘은 이벤트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요란스러운 행사와 함께 판매장에서 수십 미터를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던 주인공 와인이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가메(Gamay) 포도품종으로 빚은 햇 와인이다. 수확한 포도를 발효한 후 한달 내외의 짧은 숙성을 거쳐 곧바로 시판한다. 이듬해 봄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 보관하지 않고 바로 마신다.

역사적으로 보면 보졸레나 가메는 프랑스 와인세계에서는 뒷방 신세를 면치 못했던 조연들이다.

보졸레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르도와 함께 명품 와인의 쌍두마차로 일컬어지는 부르고뉴의 남부 지역 지명이다. 부르고뉴의 그늘에 가려져 평가절하됐던 곳이다.

가메 포도품종 역시 푸대접을 받았다. 종래 부르고뉴의 대표 품종이었으나 14세기 말 주 품종이 피노누아로 대체되면서 서러움을 당했고 보졸레 지방에만 남아 명맥을 유지했다.

보졸레는 그러나 부르고뉴와 차별화된 길을 걸으면서 새롭게 조망 받는 와인 명산지로 거듭나게 된다. 조르주 뒤베프(Georges Duboeuf)라는 와인메이커이자 마케팅의 거장이 보졸레 누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게다가 와인메이커들의 노력까지 곁들여져 자신만의 독특한 재배 방법과 양조 기술을 창안했다. 그 결과 보졸레는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살렸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졸레의 화강암 토질은 가메 품종과 궁합이 잘 맞는다. 적당한 산미와 과일 향 풍부한 와인이 나온다. 가지치기도 부르고뉴와 다른 방식('부시트레인'방식이라고 한다)을 취한다. 양조는 포도알을 파쇄한 후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을 버리고 밀폐된 통에 포도송이를 그대로 넣어 자체 발효를 시키는 '탄산가스 침용법'을 쓴다. 포도 자체가 발효를 일으키고 발효를 통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통 안에 가득 찬다. 그리고 포도 껍질의 탄닌이 우러나기 전에 서둘러 발효를 끝낸다.

떫은 맛을 내는 탄닌도 거의 없고 입안 가득 묵직하지도 않지만 상큼하면서 풍부한 과일향으로 인해 보졸레 누보는 세계 와인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홀짝홀짝' 마시기 보다는 보리차 들이키듯 마실 수 있는 부담 없는 와인이기도 하다.

물론 보졸레 지역에 보졸레 누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졸레 와인은 '보졸레', '보졸레 빌라주', '보졸레 크뤼' 등 세가지로 구분한다. 최고급인 보졸레 크뤼는 산악지대를 형성하는 북부에서, 최하급인 보졸레는 지대가 낮은 남부에서 주로 생산된다. 그 중간 북부에 가까운 구릉지대에서 나는 것이 '보졸레 빌라주'다. 보졸레 누보는 보통 보졸레 급이라고 보면 된다.

모르공, 물랭아방 등 북부 10개 마을에서 생산되는 '보졸레 크뤼'는 전통적인 발효와 장기 숙성을 거친다. 가격 대비 품질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래서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휴 존슨은 수십만 원대의 고가 부르고뉴 와인과 엇비슷한 뉘앙스를 즐기면서 값싸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보졸레 크뤼를 꼽았다.

요즘 보졸레 누보 열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 불황 때문인지, 보졸레 누보 마케팅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때문인지 인기가 전보다 못해졌다. 사실 보리차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면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나만의 편견일까.

/ mcho@metroseoul.co.kr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