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전국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친구'의 성공 후 꼭 12년 만이다. 곽경택 감독이 울산을 배경으로 준석(유오성)의 17년 후 이야기와 1편에서 죽은 동수(장동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푸는 속편 '친구 2'(14일 개봉)로 돌아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감독을 한 지 17년째인데도) 여전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긴장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 12년 만에 속편을 선보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평소 낙천적인 성격인데, 첫 촬영 때 전날 잠이 오지 않아서 두 시간을 자고 현장에 갈 정도로 긴장 속에 만든 작품이다. 과정 역시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1편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다시 모이면서 당시 막내들이 베테랑이 돼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반갑고 고마웠다.
-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출발선상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2편은 1편에 뿌리가 있다. 1편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였는데도 개봉 당시 82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2편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 준석을 중심에 두면서 그의 아버지 철주(주진모)와 동수의 숨은 아들 성훈(김우빈)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1960년대부터 2010년까지 여러 시대를 넘나든다.
우리 아버지가 80대, 나는 40대, 내 아들은 20대다. 극중 다른 시대를 산 세 남자를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고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중 준석이는 내 감정이 가장 많이 이입된 인물이다. 그가 치열하게 싸웠지만 17년간 감옥에서 냉동인간처럼 살았듯 나 역시 지난 12년간 많이 한 것 같은데 손에 쥔게 없더라. 그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 되돌아 보면 '친구'의 성공이 좋기만 하진 않았나보다.
삶이라는 게 갑자기 출세를 하면 당하게 돼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도 1년 뒤에는 행복하지 않다고 하지 않나. 나 역시 일개 무명 감독에서 수직 상승했다. 그 후로 지독히도 운이 없었다. 이젠 그 지난 10년을 끊고 싶다. '친구'가 300만~400만 명만 들고 계단식으로 올라갔다면, 나도 젊은 혈기를 좀 눌렀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곤 했다.
- 당시와 비교해 생각이나 삶이 많이 바뀌었나.
많이 신중해졌다. 30대 중반과 40대 후반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이전 작품들의 흥행 부진으로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관객을 500만 명을 동원해도 돈은 벌지 못한다. 다만 이를 계기로 (영화를 할 수 있는) 2~3번의 기회를 더 가졌으면 좋겠고, 이젠 욕 좀 덜 먹었으면 좋겠다.(웃음)
- 유오성과 작품에 대해 고민을 많이 나눴겠다.
(2002년 영화 '챔피언'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법적 공방을 벌여 사이가 멀어졌지만) 이번 촬영 전 불편했던 앙금을 서로의 노력으로 많이 제거했다. 우리 둘 다 어느 덧 50세를 바라보는 나이다. 얼마 전 오성이는 생일이었는데, 뻔뻔하게 선물을 달라고 문자를 보내더라. 하하하. 다시 친구가 돼서 기쁘다. 동건이도 이번 작품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응원을 보내 줬다. 고맙다.
- 김우빈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재목을 발굴한 것 같다.
캐스팅 당시 우빈이가 KBS2 '학교 2013'을 찍을 때였다. 생방송 같은 촬영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내가 직접 찾아가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캐스팅했다. 우빈이가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이)종석이와 오디션에 가려고 했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매너도 좋고 어깨도 넓고 사납게 생겼더라. 남성 호르몬이 흘러 넘치는 게 딱 보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들 너무 멋있게 잘 해줬다. 배우들이 산다면 난 욕을 먹어도 상관 없다. 그리고 멀게는 부지런히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남고 싶다.·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