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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공간' 그리고 김수근의 이면

▲ 건축가 고 김수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창덕궁 쪽으로 걷다 보면 왼쪽으로 독특하게 생긴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검은 벽돌로 마감한 외벽을 풍성한 담쟁이덩굴이 타고 넘어가고 있는데, 투명한 유리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고 김수근의 '공간건축' 사옥이다.

1960년 김수근이 설립한 공간건축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서울 잠실의 88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해 남산의 타워호텔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충남 부여 국립부여박물관 등 주요 건축물을 여럿 설계했다.

김원이나 승효상 등 현재 60대 이상 주요 건축가들의 절반 가량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2011년에는 매출액 296억원을 기록해 업계 6위권을 달릴 정도로 튼실한 건축사사무소였다.

그러나 천년만년일 것 같던 공간건축의 생명력 역시 영원하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건축시장은 물론 서울 명동의 중앙우체국 청사나 용산구청사, 마포구청사, 그리고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와 같은 공공건물 수주에도 눈을 돌리는 등 자립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폈지만 결국 최종 부도 처리되고 만 것이다. 끝모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설계 미수금 누적과 경영부실 등이 맞물린 탓이라는 게 중평이다.

김수근 스스로 '선물'이라 표현했던 공간건축 사옥은 비록 기능이나 효율 면에선 높은 점수를 못 받았다지만 그가 고민해온 '한국적 건축'의 집대성과 같았다. 모호한 경계 사이로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실내구조는 오르내리는 사람을 언뜻 번거롭게 하는 듯하지만 끊임없이 유동하면서, 지금은 사라져가는 전통 골목길의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최근 서울시가 현대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사옥을 등록문화재에 등재하려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도 있다. 김수근이 한국 현대건축에 많은 영향을 남긴 건축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현장이자 폭력적인 독재정권의 상징과도 같은 '남영동 대공분실'과 같은 건물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예술성과 기술력을 한껏 발휘해 공간사옥과 구성이나 형태 그리고 소재까지 꼭 닮은, 그러나 좁은 나선형 계단이나 폭 족은 창문 등을 통해 피조사자들로 하여금 방향감각을 잃게 하고 극도의 공포감을 조장하는 건물을 설계해낸 김수근. 건축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건축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박정희의 폭압적인 독재에 복무했던 흑역사도 엄연하다./'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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