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립초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의 추첨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떨어졌다. 추첨에 뽑히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뭐든지 해보고 안 되는 게 낫고, 호기심이 많아 나름의 경험이겠다 싶었다.
눈에 띄였던 것은 절반 가깝게 참석한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교육에 열성인 엄마들 일색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젠 아빠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뿌듯한 말투, 졸업생 학부형대표의 여유있는 미소도 인상적이었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동네 파출소 소장님까지 오셨다. 우리들 예비학부형만 잔뜩 위축되서 착한 초등학생처럼 말을 얌전히 잘 들었다. 추첨이 시작하기 전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역시나 세대불문 지루했다.
추첨이 시작되었다. 대통령선거 못지 않은 비장함과 엄격함이다. 추첨볼은 로또처럼 추첨기안에서 요란하게 섞이고 더불어 예비학부형의 마음도 허리케인처럼 요동친다. 이윽고 번호가 호명되자 직전까지의 터질 듯한 긴장감이 기쁨과 실망이라는 두 갈래로 빵 터진다. 탄성과 한숨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교장선생님 연설의 마무리 멘트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였지만 현실에선 모든 사람에게 당첨의 행운이 돌아갈 수가 없다. 대학 수능시험 전에도 어머님들이 교회나 절, 학교 교문에서 자식이 대학붙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모정'이라는 타이틀로 매체를 장식한다. 인터뷰를 해보면 '다들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남의 아이가 열심히 해서 붙으면 내 아이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건 결코 '미니 대입시'가 아니다. 국립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당부말씀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당첨이 된 분들께는 내 일처럼 기뻐하고 박수를 쳐달라'고. 사실 그 전의 사립초등학교 추첨 때 몇몇 엄마들이 번호가 호명되자 '꽥'하고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보고 내심 '배려없고 무식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나야말로 배려없고 무식한 것이었다. 추첨당첨이라는 타인의 우연한 행운에 대해서는 기꺼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글/임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