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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노숙인에서 문학인으로…"나에게는 고물도 보물이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예술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특이한 문학상이 있다. 올해 2회째인 '민들레 예술문학상'은 노숙인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어려움과 다양한 정서들을 문학에 녹여내 노숙인 스스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시민들에게는 노숙인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인수씨를 만나봤다.

▲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 수상자 김인수 씨. /손진영 기자



◆ 내가 고생하고 느꼈던 것들을 시로 표현…영광스럽다

첫눈이 내리던 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두레 교회로 그를 찾아갔다.

인수씨는 태어났을 때 핏덩이인 채 산 속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확실한 자신의 나이를 몰라 대충 어림 잡아 52세정도 됐을 거라고 소개했다.

그는 두레 교회 쉼터에서 거주하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동작구 장애인보호 작업장에서 하루 8시간씩 일을 한다.

"월급에 70% 이상은 저금을 해요. 돈이 될만 한 고철, 파지, 깡통을 줍는 고물수집이 원래 내 일이지요.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 가끔씩은 리어카를 끌고 고물을 주우러 다녀요.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질 때면 오후 7시에 나가 일을 시작하기도 하죠."

이번 문학상에 시를 공모하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두레 쉼터에 입소하면서 황혜경 작가가 강의한 인문학강좌를 듣게 되면서부터다.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떤 방법으로 써야할 지 몰라 실제 내가 고생하고 느꼈던 것들을 시로 표현해냈다.

"시를 쓸 수 있는 여건도 안됐었고, 내가 무슨 시를 쓰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이런 큰 상을 받게 되니 부끄러워요. 영광스럽고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황 작가님 정말 감사해요."(웃음)

◆ 문학인으로 거듭난 노숙인…"도움 받은 만큼 봉사하고 싶어"

공모전 심사 당시 4명의 심사위원들 모두가 인수씨의 시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시인 김사인 심사위원은 "인수씨의 한 행 한 행에 담긴 간절한 마음이 심사위원들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고 호평했다.

문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서울시장 명의의 상장 및 상패를 수여하고 대상에게는 상금도 지급됐다.

또 이들에게 주거복지재단과 협력해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시상금은 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으로 활용된다.

김인수 씨가 대상을 받은 상장을 보여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손진영 기자



가족도 없고 평생 외로워하며 고생만 하던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감을 갖게 됐다.

"부모님의 얼굴도 모르고 어두웠던 내 인생이 이제는 조금씩 환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를 써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밝은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 수상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잡았어요."

또 앞으로도 틈틈이 써놓은 시들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공모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참 어렵게 사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도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시는 아니지만 박수 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노숙인이라는 선입견은 잠시 접어 두고 이 시를 통해 사람들이 웃을 수 있고 감동을 받았다면 그 것으로 충분하죠."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고물수집이다. 현재는 쉼터에 도움을 받고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제2회 '민들레 예술문학상' 대상작

'새벽 길 위에서' - 김인수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옵니다

새벽이 오면 나는 매일매일

버려진 것들을 주우러 길을 나섭니다

새벽의 길 위에서 수레를 끌며 천천히 걸으면

수많은 불빛이 환하게 반기며 밝히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나는 원하는 '파지, 철, 알루미늄 깡통'을 길에서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되돌아오면서 다시 걸으면

무거워진 수레가 더 고맙고

내일 새벽에도 오늘 새벽처럼 꼭 오늘만 같기를 바라게 됩니다

새벽을 흔들어 깨우며 나를 건강하게 움직이게 해주시고

빛, 길, 고물을 선물해주시는 신에게 감사하고

고물을 보물처럼 고물도 보물처럼

새벽의 길 위에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이 말을 더 제대로 배웠습니다

십년 뒤에도 그 후에도 이 말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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