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친구'의 유오성이 12년 만에 선보인 속편 '친구 2'로 다시 매서운 흥행몰이에 나섰다. 속편은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전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6일 만인 19일 165만 관객을 넘어 주말엔 2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된다. 유오성은 "결과물이 부끄럽지 않게 나온 것 같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 "'친구' 신드롬, 한때 부담 됐었다"
지금은 흥행 부담을 어느 정도 떨쳐냈지만 영화 개봉하기 전까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의 부담을 안은 채 관객 앞에 12년 만에 다시 서는 게 어깨가 무거웠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를 찍으면 기대나 설렘의 감정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문제에 답안지를 써서 제출하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죠. 열심히 풀어서 제출했어요."
더욱이 이번 영화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전편이 개봉 당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역대 가장 많은 82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유오성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 '친구'의 성공이 부담으로 작용해 족쇄로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제게 훈장이었죠. 그 정도의 흥행을 경험한 배우가 얼마나 되겠어요. 배우로서 참 감사한 일이죠."
# 곽경택 감독과의 불화도 '젊어서의 치기'
속편은 준석(유오성)이 전편에서 죽은 친구 동수(장동건)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17년을 복역한 후 세상에 나와 조직에서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시간이 흘러 준석은 혈기왕성한 청년에서 세상에 조금은 유연해진 중년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마흔 후반이 된 유오성도 유연해졌고, 깊어진 연기를 펼치는 배우로 성장했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곽경택 감독과 '친구'에 이어 이듬해 영화 '챔피언'을 찍으며 불화를 겪어 10년을 거리를 두고 지냈던 유명한 일화도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됐다. 이번 속편으로 의기투합해 다시 친구가 됐다는 이들은 인터뷰 장소에서 마주치고는 반갑게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만약 연기를 좋게 봐주셨다면 그건 아마 세월이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온 게 아닐까 해요. 준석이 변한 만큼 저도 많은 게 달라졌으니까요. 젊은 때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나눠 판단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죠."
이번 영화를 찍으며 성당에서 영세도 받았다는 그는 "올해는 '친구 2'도 찍고 영세도 받아 뿌듯하게 많은 것을 얻은 해다. 지금은 주어진 모든 게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 1인자 준석보다 내 삶 더 나은 이유 '가족'
또 한 가지 준석과 다른 점이라면 유오성에겐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친 스크린 속 모습과는 다르게 두 아들의 자상한 아빠다.
"조직의 1인자가 되는 준석은 다 가진 것 같지만 제게는 애잔하고 불쌍하게만 보여요. 기댈 곳 하나 없이 외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이잖아요. 비록 가장이란 존재는 안쓰럽지만, 전 기댈 곳 있는 가정이 있어서 잘 산 인생 같아요. 평범해도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희노애락을 경험하는 게 살아있는 인생이 아닐까요."
유오성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친구 2'는 조폭영화가 아니라 가족을 갈망하는 한 인간의 회환을 그린 가족영화다. 준석에겐 조직이 가족 대신인 셈"이라면서 "극장에 갔다 오는 시간을 포함해 네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기대를 당부했다.·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