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원격의료 전면 파기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 편의 증진과 의료기술 발전 등 보건의료 환경 변화로 인해 원격진료가 필요하고 의료기관 방문이 다소 어려운 환자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원격 모니터링, 전문 상담 및 교육, 진단·처방을 하도록 해 1차 의료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을 해서라도 원격의료 추진을 막겠다며 직접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격의료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아직까지 많은 위험성이 내포됐다는 것. 더욱이 의료의 질 향상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정책은 환자가 아닌 원격의료 관련 업체에게만 혜택을 줄 수 있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의협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의료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원격진료 저지를 위해 병원 문을 닫는 전면 파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중 89.5%를 차지했으며 응답자 중 92%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대다수 회원들이 대투쟁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의료제도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의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반대 의견을 낸 단체는 의협을 비롯해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이다. 이들은 "원격진료는 의료체계 전반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원격의료에 반기를 들었다.
동네병원 의사들이 모인 개원의 단체 역시 마찬가지. 정부의 독단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선 지난 14일 대한병원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원격의료는 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격의료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는 27일 전국 시군구 비상총회를 개최한 뒤 전국의사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원격의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의료계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오진 가능성이 높은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원격의료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원격의료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지 않도록 동네의원 중심으로 이를 먼저 허용하고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행정적 보완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의료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후 법률 개정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