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십대 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는 대개가 불륜물이었다. 그녀들은 그 이유를 공감이나 감정이입이라기보다 대리만족이나 판타지라고 말한다. 진짜 속사정이야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로 시작하는 그 관계는 평범한 사랑보다 더 모습이 다양하다. 말 그대로 단순한 바람같은 '스치듯 왔다가는' 쿨한 바람도 있고 기어코 각자의 가정을 희생시키며 종지부를 찍어버리는 극단적 '순정불륜'도 있다.
한 쪽이 바보되어 배신과 복수의 신파를 찍게 되는 '사랑과 전쟁'형 외도도 있다. 이들 중 어떤 게 가장 건전(?)한 불륜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어찌 보면 게중 가장 불순하고 지독한 것은, 충동은 억제하고 감정적 사랑만 오가는 '플라토닉 불륜'일 지도 모르겠다. 불륜의 이유도 가지가지다. 부부사이의 애정이 식거나, 혹은 부부 중 한 쪽이 끊임없이 '안정과 열정' 그 두 가지 욕망을 다 원할 수도 있다.
혹은 그저 나이듦의 쓸쓸함과 인생의 버거운 무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어른들의 장래희망'을 구가하는 걸 수도 있다.
이렇게 각양각색, 각기 다른 사정의 불륜은 세상 도처에 널렸지만 그 숫자에 비해 또 이렇게 가장 쉿쉿 비밀이 무덤까지 지켜지는 비밀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아는 불륜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건형 불륜이거나, 유명인들의 스캔들이다.
나머지 대다수의 불륜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혹은 불행히도 부부끼리 겪고 삭히며 끝이 난다. 모든 부부가 '사랑과 전쟁'을 찍는 것도 아니다. 부부관계는 개별적이고 상상 이상으로 깊어 쉽게 단정지을 수도 없다. 어떤 부부는 몰래 바람을 피기 때문에 그 덕(?)에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사람들이 이만큼 바람을 안 피웠으면 이혼율은 월등히 올라갔을 거라는 지론도 들었다.
어쨌거나 이것이 일종의 '병'같은 증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 번 닥치면 쉽게 마음먹은 대로 통제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 병적인 상태를 고스란히 겪는 동안 우리 어른들은 누구나가 진짜 드라마 연기자 못지 않은 '연기자'가 된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