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서 열린 'MAMA'를 통해 본 K-팝 현주소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아시아에서 음악을 넘어 패션과 뷰티, 음식, 언어 등 라이프스타일로 외연을 넓힌 'K-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K-팝 팬들이 한국 가수들을 좋아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뿐 아니라 일상에서 이들이 입는 옷과 화장법을 따라 하고 한식을 즐기는 등의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아시아 각지에서 온 K-팝 팬 1만여 명이 모인 2013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가 열린 홍콩에서 변화하는 한류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K-팝 스타의 의상 스타일을 따라한 팬이 2013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 공연장 한 켠에 마련된 한식 브랜드 부스를 구경하는 모습.
# 노래 넘어 패션·뷰티까지 관심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엑소는 22일 MAMA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아티스트 웰컴 미팅에서 온 아시아 지역 취재진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엑소의 음악보다는 평소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MAMA 공연장에서 만난 K-팝 팬 케이트(15·홍콩) 역시 "한국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 모든 것을 좋아한다. 특별히 이유를 말하지 못하겠다. 앞으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용돈도 열심히 모아서 한국으로 꼭 놀러가서 콘서트도 보고 싶고 관광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때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미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됐듯, 지금의 한류도 아시아에서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K-팝이 아니라 K-스타일을 소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MAMA 콘퍼런스에 참석한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 사이트 요우쿠-투도우의 부총재 양 웨이동은 "예전에는 K-팝 팬들이 스타와 노래에 관심을 가지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스타의 뒷이야기,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한국 문화 자체에 관심이 증가한 것"이라고 아시아에서의 한류의 변화를 전했다.
2013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치는 K-팝 스타들.
# 팬층 아직 어려 저변확대 노력해야
K-팝에 대한 관심이 생활 습관 전반으로 확대되는 현상은 경제산업적인 낙수 효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 세계 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 같은 효과를 이용해 일찌감치 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고드는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MAMA를 주최한 CJ E&M의 한 관계자는 "U2, 마돈나 등이 소속된 미국의 대형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은 스타와 공연 계약만을 맺지 않는다. 패션, 뷰티, 자동차 등 스타와 관련된 모든 것을 활용하는 계약을 맺어 '360도 마케팅'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0년대 말부터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MD 상품을 팔던 기존과 달리 패션, 화장품, 여행 등 타 산업에 진출해 적극적인 연계를 꾀하는 것이다.
22일 홍콩에서 열린 2013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 플래카드를 흔들며 K-팝 스타에 열광하는 아시아 팬들.
MAMA를 주최한 CJ E&M 역시 이번 공연에서 행사장에 한류스타가 광고모델로 출연하는 화장품 브랜드와 CJ그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한 부스를 설치해 현지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식품·영화·공연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CJ그룹은 최근 한류 콘텐츠를 산업과 접목한 한류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한류가 식지 않고 K-스타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콩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디어아시아의 사장 개리 챈은 "K-팝 팬들은 기존 홍콩 젊은이들이 문화를 소비했던 방식과 다른 문화를 즐기고 있다. 그런 면에서 K-팝의 잠재력이 대단히 크다"면서도 "그러나 팬층이 어리기 때문에 팬층 확장을 위한 전략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사진/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