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가족을 동반해 브랜드 직영 매장에 갔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협력업체쿠폰'의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주말 계획을 쇼핑으로 바꾼 것이었다.
한 시간을 운전해 방문한 매장에는 신상품이 가득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내와 자녀를 위한 겨울 의류를 골랐다. 구매 결정을 끝낸 후 결재를 하려다 아내에게 제지를 당했다.
아내가 내민 핸드폰에서 30% 할인쿠폰 적용과 같은 가격의 온라인 쇼핑몰 제품을 봤다. '협력업체쿠폰'에 부풀었던 마음이 사그라졌을 뿐만 아니라 왠지 속았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B씨는 캐나다산 거위털점퍼를 특판한다는 소문을 듣고 출산을 마친 아내를 위해 구매에 나서기로 했다. 개장 시간이 10시지만 8시부터 줄을 선다는 소식에 서둘러 나갔다. 다행히 앞줄에 섰고, 추위를 견디다 개장과 함께 매장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매장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없는,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상품만 남은 상태였다. 담당 직원과 매니저를 차례로 불러 문의했지만 구매 가능한 사이즈의 상품이 언제 들어 올지 알 길이 없었다. 왜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는 걸 보고만 있었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C씨는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첫 작품부터 세간의 이목을 끈 신예다. 밀려드는 디자인 요청과 육성 지원프로그램에 흥분했고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조건의 협업을 제시받아 들떴다. 그런데 어떤 결정도 못하고 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윈윈(Win-Win)'이 아닌 '이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디자인 요청은 싼 값에 대량생산을 하기 위한 도구로, 육성 지원프로그램은 공공기관의 업무성과의 방편으로, 협업은 시장에서 독립 디자이너의 성장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계약에 불과했다.
마케팅에서 가장 오래되고 효율적 방법론은 '감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반응을 하도록 어떤 장치를 만드는 게 이른 바 '감성마케팅'의 핵심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니 구매효과도 높다.
하지만, 감성을 잘못 사용하면 감정을 상하게 해서 구매의욕상실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상품 자체에 대한 적대감을 주게 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할인쿠폰, 줄 세우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판단하는 특판, 딴 주머니를 차기 위해 내미는 협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너무나 뻔한 마케팅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폄하에서 비롯된다. 존중하지 않으면 배척된다. 당신의 상상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가혹하게. /인터패션플래닝 박상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