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우연히 애인의 휴대폰을 보게 되었는데요, 보아하니 그가 꽤 수상한 쪽지를 어떤 여자와 주고받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무시했었는데 상황을 보건대 지난 몇 달간 자주 그 여자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두 사람 사이는 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만. 제 뒤에서 바람을 피고 있는 건지 대놓고 물어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밧데리충전)
Hey 밧데리충전!
고정 레파토리 중 하나가 바로 이 '남친·남편의 휴대폰을 봤는데…'에요. 흥미로운 것은 모두들 계기가 '우연' '우발' '어쩌다가'라는 거지요. 남의 프라이버시를 훔쳐보는 것은 결코 무의식중에 할 수 있는 게 아닌데요, 다분히 의도적이고 내가 상상하는 어떤 것을 확인하고 싶은 목적의식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유 막론하고 타인의 비밀문건(아이의 일기장 포함)을 훔쳐볼 권리는 우리에겐 없습니다.
게다가 훔쳐본 타인의 글들이, 훔쳐본 당사자를 행복하게 해줄 일은 거의 없고요. 타인의 프라이버시안에는 '설마 저 사람이'라는, 주변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게 인간이죠. 설마 가족이나 연인이라면, 서로에게 숨기는 일이 하나도 없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자, 일단 봐버렸으니 그 다음이 문제인데, 확실한 증언이 없다면 내가 평소에 상대를 얼마나 의심했는지에 따라 글의 문맥이 전혀 달라지죠.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깐요. 또한 의심이라는 감정은 나의 불안이라는 감정이 뒷받침해주는 한 무한증폭되지요.
한데 그렇게 자주 봐왔으면 지금쯤 그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진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터트려봤자 이번에는 당신에 대한 남친의 의심이 새로 가동할 뿐입니다. 휴대폰을 앞으로는 안 훔쳐보는 게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같습니다. 그가 의심할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당신이 그의 프라이버시를 훔쳐본 것을 정당화시켜주진 않거요.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