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는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다. 즉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모여 게임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게임 본연의 재미는 물론 친구나 손님과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기능도 함께 하는 셈이다. 15년동안 '리니지 사랑방'에서 생긴 감동적인 스토리도 적지 않다.
2001년 8월 3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리니지를 즐기는 고객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긴급 수혈이 필요했지만 그 고객은 희귀 혈액형인 RH-O형으로,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리니지 고객들은 채팅창에 RH-O형을 구한다는 문구를 퍼트렸고, 리니지 전 서버에 이 내용이 알려졌다. 그리고 혈액형이 일치하는 한 고객의 수혈로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수혈에 나선 고객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그리고 리니지 역사상 단 한 자루만 존재하는 특별한 아이템인 '생명의 검'을 선물했고 많은 리니지 고객들이 이를 축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돈독한 커뮤니티 문화가 생겨났으며 유저들 간 뉴스, 사건, 사고, 일상 등을 서로 활발히 공유하게 됐다.
지난해 1월31일 리니지의 서버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터'에 '제 아이가 아픕니다! 좀 도와주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구개구순열(언청이)로 태어난 아기가 힘겹게 누워있는 사진과 함께 어려운 상황으로 수술비가 모자라 유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연이 적혀있었다.
아기는 구순구개열 외에도 뇌출혈 소견 등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였다.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서버지기는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 많은 사람들이 보게 했고 모금을 위한 아고라 서명 운동에도 돌입했다.
그 결과 불과 며칠 사이에 모금 서명 인원은 목표의 10배인 5000명을 훌쩍 넘었고, 이 서명을 바탕으로 복지 단체 '한국 사회 복지관 협회'의 모금 적격 심사를 통과해 모금이 진행됐다.
한 달 400만원을 목표로 설정된 모금이었지만 시작된 지 108분만인 13시 52분에 5928명의 참여로 모금은 목표액을 달성하고 마감됐다. 아기는 무사히 수술을 받았고 리니지 고객들의 따뜻한 마음은 재차 업계에 화제가 됐다./박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