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체계를 사고 심도를 반영하지 않는 사고 건수에 따른 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체계를 현행 사고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꾸면 무사고자의 보험료가 4%가량 내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28일 오후 화재보험협회 1층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현행 자동차보험 개별할인할증제도 평가 및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 독일 등 대부분 국가가 사고 건수에 의한 할인할증 제도를 운용한다"며 사고 건수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인적·물적 사고 규모 등의 심도에 따라 0.5~4점까지 점수를 차등 부과하는 사고 점수제를 적용 중이다. 하지만 최근 가벼운 부상 사고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할인유예 없는 사고 건수제 ▲사고점수제와 사고 건수제 병행(점수 변경 및 3년 할인유예 폐지)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는 "할인유예 없는 사고 건수제를 채택하면 무사고자는 4% 수준의 보험료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며 "위험도에 부합한 보험료 부담과 안전운전 유인 등의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안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도 "자동차 사고발생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며 "현행 할인·할증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 건수제가 도입되면 대형 인적 사고와 가벼운 물적 사고가 같은 비중으로 처리되는 문제점이 있고, 작은 사고라도 보험처리를 하면 곧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반박도 나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단순사고(0.5점)라도 사고 처리를 하면 보험료가 20% 이상 대폭 할증돼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처리를 못 하고 자비 처리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건수제로 바뀌면 대략 사고 한 건당 20% 정도의 보험료 할증 요인이 생기는 게 사실"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사고 건수 체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나 솔직한 태도로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