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철저히 '성과주의'에 기본을 뒀다. 특히 그룹내 최고 실적을 이끌어온 삼성전자 출신의 계열사 사장 승진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승계를 염두에 둔 사업구조 개편의 첫 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삼성은 부사장 이하 2014년 정기 임원인사는 이번 주내 각 회사별로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출신 대거 승진…성공 DNA 전파하라
이번 인사의 최대 특징은 삼성전자 출신의 약진이다. 특히 사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 출신들이 대거 계열사 사장으로 보직을 바꿨다. 삼성 관계자는 "이는 성과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계열사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통신시스템 전문가로, 삼성전자 CDMA와 와이브로의 세계 최초 상용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사장은 2010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LTE를 비롯한 차세대 통신기술을 선도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한 데 이어, 이번 승진 조치로 통신사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도록 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은 20여 년간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을 이끌어 온 제조 전문가로,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휴대폰 사업의 글로벌 1위 도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사장은 이번 승진으로 글로벌 제조역량 강화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조남성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은 일본본사 반도체·LCD사업부장, 삼성전자 스토리지담당, LED사업부장 등 반도체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조 사장은 부품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바탕으로 제일모직을 초일류 부품소재 기업으로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북미총괄 인사팀장, 디지털미디어총괄 인사팀장을 거쳐 2010년부터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장을 맡아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글로벌 핵심인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선도해 왔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승진인사 이외에 보직이 변경 인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 디지털AV사업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두루 경험한 전동수 사장을 삼성SDS 대표이사로 내정해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접목, 글로벌 토털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을 가속화 하도록 했다.
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기남 사장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내정해 풍부한 기술력과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심화되는 반도체 기술장벽을 극복하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진두지휘해 리더십을 공고히 하도록 했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
이번 인사에는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이 철저히 적용됐다.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회계·자금·세무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다. 이 사장은 글로벌 유망 벤처업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해 우량 벤처 투자회사로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메모리·LCD 제조 등을 두루 경험한 부품 전문가다. 박 사장은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차별화된 제품개발과 제조혁신을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한 데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안민수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삼성 금융사장단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금융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시행을 원활하게 지원해 왔다. 안 사장은 초우량 손해보험사로 성장기반 구축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업구조 개편통해 후계구도 신호탄
이번 인사는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인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의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진한 바 있어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시작됐다면 이번 인사에서는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승진해 후계구도에 따른 사업구조개편의 전체적인 그림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삼성측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사업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는 논평을 내놨다.
특히 이 사장이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견인하고,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이끌 것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윤주화 사장이 이서현 사장을 따라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겸 패션부문장을 갔다는 점이다. 윤 사장이 이 사장을 도와 패션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이끌도록 하면서 장기적으로 그룹 분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