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대출규정을 어기고 자금난에 빠진 SPP그룹에 거액의 부당대출을 해줘 부실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창원지검 특수부는 우리은행과 광주은행의 전 부행장과 전 여신심사위원장 등 대출담당자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혐의로, 한국수출입은행·우리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직원 등 6명은 수재·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전 부행장·부부장·차장 등 여신심사 담당자 3명은 대출 최종결정기구인 여신협의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2011년 3월 SPP율촌에너지에 1300억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JP모건이 1000억원을 SPP그룹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이 결렬됐는데도 '투자예정'으로 설명하거나 투자금융부가 제시한 대출 부적합 의견을 삭제한 채 여신협의회에 서류를 제출, 은행에 손실을 끼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광주은행 전 여신심사위원장·여신담당자 2명은 SPP율촌에너지에 100억원을 대출하기로 최종의결됐는데도 의결서를 허위로 만들어 2011년 3월 200억원을 대출해줬다고 밝혔다.
SPP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PP조선은 2008년 말 리먼 사태 이후 선박수주가 급감해 경영상태가 나빠지자 2010년 5월 11개 채권금융기관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11개 금융기관은 자금출입을 감시·통제하기 위해 공동으로 SPP조선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했다.
하지만 우리은행·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국민은행 직원 등으로 구성된 자금관리단 간부 6명은 2010년 말~2012년 초까지 SPP조선에서 월 5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받아 골프장과 주점 등에서 각각 700만원~3600여 만원씩 썼다.
검찰은 이들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혐의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그 사이 이낙영 SPP 그룹 전 회장(지난 9월 구속기소) 등 경영진은 SPP조선의 자금 3200억원을 빼내 다른 계열사에 지원했다.
검찰은 자금관리단이 경영견제 임무를 소흘히 해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결국 2012년 6월 SPP그룹에 4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지난 9월에 기소한 이낙영 전 회장 등 SPP그룹 임원 3명은 이들 자금관리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부실대출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SPP머신텍 생산총괄이사와 SPP부사장 등 2명이 협력업체로부터 단가유지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을 받아 쓴 개인비리도 밝혀내 기소했다.
현재 이낙영 SPP그룹 회장은 2009~2011년 사이 회사 자금을 멋대로 빼내 자신의 주식 매수자금으로 쓰거나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하는 등 방법으로 SPP해양조선, SPP머신텍, SPP조선 등 계열사에 3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형 조선소에 선박 블록, 부품 등을 납품하다가 2000년대 중반 조선 호황기 때 신조사업에 뛰어든 SPP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35위까지 급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9개까지 늘었던 계열사 대부분이 매각되거나 청산, 다른 계열사에 흡수됐다.
현재 SPP조선, SPP로직스 두곳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