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송년회'가 확산되고 있다.
'부어라, 마셔라'로 흥청망청하던 '음주망년회'가 사라진 대신 봉사활동을 하거나 문화공연을 즐기며 한해를 마감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연말에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가족과 함께 즐기는 '연말 황금휴가'가 새로운 풍속도로 정착될 조짐이다.
◆'절주 송년회'가 대세=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다음 날 아침도 상쾌한 송년회' 사내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특히 구호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부서나 팀별 송년회 방식을 사내 미디어인 미디어삼성에 댓글로 올리는 동참 릴레이 프로그램도 실행하고 있다.
SK증권과 효성은 '119회식' 캠페인으로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가지 술로, 한 장소에서(1차만), 오후 9시 이전에 끝내자는 의미다.
포스코는 '반 잔(1/2)만 채우고, 두 잔 이상 권하지 않고, 2시간 이내 술자리를 마무리하자'는 '2-2-2' 캠페인을, SK하이닉스는 '한 종류의 술로 1차만 2시간 이내로 하자'는 '112'캠페인을 추진중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윤리경영임원협의회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6%가 절주 및 간소한 송년회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나눔·공연 송년회도 눈길=술 대신 의미있는 송년회를 보내는 기업들도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월 한 달을 임직원 사회봉사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사내 봉사단체 600여 곳을 중심으로 나눔 송년회를 펼친다. 한화그룹도 이달 말까지 전국 15개 계열사의 임직원 2000여명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김장나눔·연탄배달 봉사에 나선다. CJ E&M은 18일 임직원들이 직접 기부한 소장품을 판매하는 '기부마켓'을 열고, 수익금 전액을 홀몸노인과 보육원 난방비로 기부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이 준비한 공연으로 동료와 가족을 접대하는 이색 송년회도 인기다. SK그룹의 연합 동호회인 록밴드는 올해 처음으로 가족들을 초청해 공연할 예정이다.
◆연말은 가족과 함께=송년회 자체를 지양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권장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임직원들이 남은 연차를 활용해 26일부터 연말까지 계속 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쉴 때 확실히 쉬어야 일도 잘한다'는 박용만 회장의 방침에 따라 일부 필수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이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1일인 창립기념일 휴무를 연말 연휴를 사용하기 쉽도록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로 대체해 일부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까지 9일간 공식 휴무에 들어간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건전하고 의미있는 송년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들을 서로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착한 송년회'는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