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열기가 뜨거워지자 정부가 서둘러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김빼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 화폐혁명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내 최대의 비트코인 장터인 한국 비트코인거래소(코빗)는 한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 확산 흐름에 홀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비트코인이 성장해온 것은 그 혁신성과 가능성에 주목해온 민간에 의해서였지 정부의 인정이나 육성정책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며 "이 새로운 혁신의 도구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서 한국만 고립되거나 도태되는 일이 없도록 민관이 함께 생산적인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고는 지난 5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비트코인이 화폐·금융상품으로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비트코인을 악용한 금융실명제 위반·자금세탁 가능성을 감시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인기의 배후로 꼽히던 중국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와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텔레콤'도 비트코인 사용 허가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이런 규제 움직임은 비트코인을 마약·총기류·해킹 프로그램 등 불법 상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다 해킹 사고도 빈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도 요동치고 있다.
1년 만에 10배 이상 폭등해 이달초 1200달러(약 127만 원)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최근 다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비트코인 테마주도 줄줄이 하락세를 탔다. 이날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PC 장비 관련 업체인 제이씨현은 하한가 폭탄을 맞으며 2375원에 장을 마감했고 보안솔루션 업체인 한일네트웍스도 5.99% 하락하며 204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돈으로 받는 전 세계 상점·가맹점이 1300개를 돌파한데다 국내에선 비트코인만 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까지 등장하면서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2008년에 이어 올해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도 아직 강해 비트코인이 물거품처럼 사라질지 화폐혁명을 가져올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을 쓰는 개발자에 의해 처음 고안돼 2009년 1월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가상 화폐로 기존 화폐를 주고 거래소에서 사들이거나 난해한 수학문제를 푸는 '채굴'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돼 있으며 현재 약 1200만 비트코인이 시중에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