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융권의 부실·비리·횡령 의혹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연이어 터진 동양증권 사태, 국민은행 관련 의혹은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곪다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금융산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금융권의 금융사고, 예방과 대책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① 불완전판매 금융사고 실태
② 국민은행...리딩뱅크 추락하나
③ 만연한 금융사고 예방과 대책
동양사태 이후 '불완전 판매'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관행이 동양사태라는 참극을 만든 셈이다. 앞으로 '제2의 동양 사태'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금융인의 윤리적 책임의식, 투자자들 본인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업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예방과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에는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와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 한국소비자원 이성만 피해구제2국 금융보험팀 팀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5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피해를 낳은 동양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보호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선 투자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지금 금융환경에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어려운 투자상품이면 어렵게 팔리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쉽게 팔리는 환경이다보니 늘 불완전판매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생 아껴서 모은 돈인데, 마치 10만~20만원 건강식품을 구입하듯이 이런 선택을 하는 환경이라면 환경 자체도 잘못됐고, 우리가 그런 선택할 때도 문제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도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사 직원들 말만 무조건 믿고 투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동양증권 사태는 금융인으로서의 양심 문제"라고 일침을 놓은 뒤 "투자 상품에 대한 판단 능력 없이 무턱대고 가입하면 항상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을 매입할 때는 반드시 그 회사의 재무재표나 기업정보, 상품가치가 어떤지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 이성만 팀장은 "현재 금리를 보면 동양그룹이 제시한 금리가 일반 시중은행 금리 보다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소비자들도 그런 부분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감독당국도 이미 동양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정확하게 통제하지 못한 점이 큰 문제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도 "동양사태는 1차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 구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 당국이 하고 있는 분쟁조정은 4만9000명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보상 대책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하다"면서 "보다 실질적인 검사와 배상의 길을 먼저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양그룹이나 동양증권이 회사채와 CP를 발행·판매 했을때 사기행위는 없었는지 근원적으로 검사해야 하는데, 이런 건 다 빼고 상품 판매할 때 '누가 얼마나 잘못했냐'는 식의 소비자 분쟁조사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강 국장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는데,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하면 거의 파산이라는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 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년전부터 이 제도의 도입 제안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는 또 "한국 금융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소비자에 맞는 상품개발과 함께 내부통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해서 불안전판매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