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 연내 양적완화 축소를 실시해야 한다는 '테이퍼링'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오는 1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반대해온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가장 빠른 시기에 연준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번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적완화 축소 정책 지지자로 알려진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최근 고용시장 개선을 거론하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11월 고용지표를 감안할 때 양적완화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일단 소규모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상반기 동안 인플레이션 여부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월가 전문가들은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시작되지 않고, 내년 1월에야 시작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가 이끌고 있는 연구소인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라작타 비디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또 2015년에도 2.7%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월가의 컨센서스인 3%대에 못미치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못미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세도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출구전략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비디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그는 "일단 연준이 1월에 소규모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인 뒤 당초 예상보다 늦은 내년 3분기 이후에나 이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의 첫 금리 인상은 오는 2015년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 12월 테이퍼링 확률, 17→34% 상승"
국내 증시도 미 연준의 FOMC를 기점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주 초반에는 소강 국면을 보이다 FOMC 결과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지표 호전을 바탕으로 블룸버그 컨센서스상 12월 테이퍼링을 시작할 확률은 기존 17%에서 34%로 상승했다"며 "테이퍼링 여부에 따른 환율 변동성과 외국인 수급 악화 우려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결정되지 않으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다음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의장의 교체 시기에 무리한 정책변화를 통해 후임 연준의장에게 부담을 지우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