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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학원보다 공부방…부끄럽지 않아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1> 신림동 '우리자리' 공부방

우리 주변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웃을 돌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희망 도우미'들이 많습니다. 메트로신문이 '아름다운 세상만들기'의 일환으로 이들을 찾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지난달 21일 '우리자리 공부방'에서는 '공동체'를 주제로 이현희 선생님을 비롯한 학생들 각자의 집에서 갖고 온 재료로 김장을 담갔다.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담근 이 김치는 내년 1월 4일 진행되는 공부방 후원 행사 '하루밥차'에서 청소년·교사·후원자·지역 주민들 등 300여 명의 밑반찬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날 수익금은 공부방의 난방비, 프로그램 비용 등으로 쓰이며 총 수입의 10%는 기부할 계획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우리자리' 공부방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지역 공부방 중 한 곳이다. 1996년부터 관악구청으로부터 민간 위탁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가난, 생명, 공동체' 교육과정을 자체 개발한 이들은 방과 후 보호가 절실한 가정의 어린이·청소년들을 상대로 각자의 소질과 개성을 개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시각을 탈피하기 위해 2010년부터 중·고생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 방침을 바꿨다.

◆ 공부방 다녔던 아이들이 후원자 변신

15년간 학생들에게 든든한 멘토역할을 하고 있는 이현희씨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려고 한다. 입시가 코 앞인 학생들에게는 더 큰 압박이 가해진다"며 "하지만 이 곳 아이들은 학원 대신 공부방을 다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은 공부방에 올 수 없다. 이러한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청소년 시기를 지켜주기 위함이다. 일상이 너무 바쁘면 몸과 마음의 성장이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공부방은 관악구가 내놓은 건물에 개인의 후원과 재능을, 부모는 신뢰를, 청소년은 성장하려는 마음과 태도를 보탰다. 이씨는 교육은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인 관계와 소통으로 지속되고 자연스럽게 순환되도록 돕는 조력자다.

"일반 가정 청소년과 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동체회원 학생들, 지역주민이 수시로 드나들어요. 문화, 기초학습 수업을 기반으로 초기에는 자기의 배움을 쌓고, 연차가 쌓이면 지역사회를 위해 각자의 지식이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하죠. 교육 과정은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구성했죠."

기초학습 과정은 정기적인 시간 동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문화교육 과정은 다양한 경험과 문화생활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부방의 가치인 '가난, 생명, 공동체'를 주제 중 매년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 탐구한다. 공부방에 다니려면 반드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다만 주도적 학습이 될수 있도록 청소년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공부방을 이끌어가는 데 한 몫을 한다.

"너무 시끄럽다고 가끔 야단도 치시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김치를 담궈주거나 간식거리를 주시곤 하시죠. 공부방을 그냥 애들 많은 집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학생 때 공부방에 다녔던 이들이 나중에 후원자가 되거나 재능기부 형태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미소지었다.

◆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분식집, 어때요?"

이씨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찾기 바란다"고 강조한다. 또 "모든 배움은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생기니 배운 것이 당장 필요없다고 후회하지도 말고, 지금 당장 관심 없다고 새로운 배움을 꺼리지도 말라"고도 조언했다.

공부방을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육현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꿈은 분식집이 있는 공부방이다.

"학교 끝나면 갈 곳 없을 때, 무작정 집을 나왔을 때, 거리를 떠돌다 배가 고플 때 아이들이 편하게 머물다 가도 잔소리 하지 않는 분식집, 돈은 있는 사람이 내거나 있는 만큼 내도 되는 분식집을 내년에 차리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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