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단말기 과다 보조금 지급과 관련 이동통신3사에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방통위가 그동안 부과한 과징금 액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제재는 지난 5월17일부터 10월31일까지 진행된 과다 보조금 관련 시장조사 결과를 통해 이뤄졌다. 다만 KT 단독 영업정지로 시장이 안정된 7월18일부터 8월21일까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사결과 벌점은 SK텔레콤이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KT가 72점, LG유플러스가 62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560억원, KT는 297억원, LG유플러스는 207억원 등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당초 방통위는 과다 보조금으로 인해 시장을 과열시킨 주도사업자를 선별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었으나 사업자간 위반정도가 비슷해 이번에는 주도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벌점합계가 가장 높은 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의 벌점 차이가 불과 1점에 그친 상황에서 벌점이 높은 사업자만을 강력히 제재하는 것은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방통위는 보조금 과열 시장 주도사업자로 KT를 선정, 단독 영업정지 7일을 부과하고 이통3사에 총 6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엔 시장 과열 주도사업자에 14일 영업정지, 과징금이 1000억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방통위가 과징금만 1000억원대를 부과하고, 영업정지 처분은 내리지 않은 데 대해 다소 약한 처벌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용자정책국의 조사요원 숫자가 너무 적다. 우리가 예상했던 조사 결과와 시장의 결과가 너무 다르다"면서 "조사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조사 자체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이어 "인터넷에서 이동통신 판매자들이 치고 빠지는 것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거기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불편한 일이 벌어진다"면서 "통신사들의 위법적 마케팅도 문제지만 고도화 되는 수법에 대한 전문성 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문제가 통신사업자 책임으로만 전가되는 데 대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제조사도 단말기 장려금을 통해 보조금으로 인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체제가 없어 결국 통신사에 대한 제재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는 제조사 장려금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지만 여야 갈등으로 인해 법안 통과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통신사에게 미안한 것은 공동으로 보조금을 주는데 통신사만 과징금을 주는게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단통법이 통과되면 과도한 과징금 관계는 해소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이처럼 보조금을 통한 시장 혼란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위법성 판단기준인 27만원을 초과한 비율은 평균 64.2%였고,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이 64.3%, KT 65.8%, LG유플러스 62.1%였다. 또한 보조금 수준은 이통3사 평균 41만4000원이고, 사업자별로는 KT 43만원, SK텔레콤 42만1000원, LG유플러스 38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하이마트,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 과다보조금 지급을 고려해 이번 조사 시 온라인, 대형유통점의 조사표본 비중을 높였다"면서 "앞으로도 불법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 조사표본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방통위는 앞으로 게릴라식, 스팟성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를 상시 단속하고 정기조사를 검토·추진하는 등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