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결정되면서 내년 아시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베스코 아시아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폴 챈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보고서에서 "FRB의 테이퍼링이 막상 결정된 뒤 시장은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사한 뒤 두 달 동안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가 16% 폭락하는 등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썰물 빠지듯 빠진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챈은 "테이퍼링 개시 결정으로 올해 글로벌 시장에 드리웠던 최대 불안요인이 제거된 것으로 본다"면서 "아시아는 차분하게 진행될 테이퍼링을 견뎌낼 지역으로 확신한다"고 제시했다.
그가 확신하는 이유는 우선 내년에도 이 지역 수출이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점이다. 미국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와 최근 자금 이탈로 이 지역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된데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수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강하게 한다면 미국 경기가 좋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는 IT, 자동차 수출량이 많으므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지프 개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신흥시장의 움직임은 양적완화 축소와는 관계없다"고 판단했다.
◇ 금융당국 "양적완화 축소, 부정적 영향 제한적"
금융당국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주요 금융시장 지표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해소와 경기회복의 신호로 인식해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시현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양적완화 축소가 글로벌 위기 이후 지속되던 위기극복 기조정책이 정상화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방침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내년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