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속 지도전문의가 교육을 담당하던 건국대병원 여성 전공의에게 벌인 성추행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소속 지도전문의 A교수는 직원회식 후 피해 전공의 B씨를 자신의 차에 탑승하도록 강요했다. 이 교수는 차 안에서 B씨의 신체 일부분을 만지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사건 직후 B씨는 서울아산병원 측에 이 내용을 즉시 보고했으며 A교수의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A교수에게 감봉 및 직위이동 처분만 내렸으며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전협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A교수는 지도전문의로서 전공의를 교육하고 보호해야하는 의무와 책임을 망각했다"며 "또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명백한 범법행위(성추행)을 자행해 전공의의 수련환경에 치명적인 위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전협은 "서울아산병원의 솜방망이 처분은 의료계 내 정상적 자정작용 및 수련환경을 처참히 짓밟는 태도다"라며 "해당 교수를 즉시 퇴출하고 형사고발에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피해 전공의 B씨가 소속된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도 지난달 30일 대전협과 공동 성명을 통해 "교육자로서 도덕적 자질을 상실하고 의료인 전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가해자에게 한시적인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서울아산병원에 적법하고 단호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이어 B씨의 변호인단과 함께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건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의회는 기자회견을 30분 남기고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대전협은 "피해 당사자인 B씨가 법적으로 고려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오히려 사건을 확대시키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B씨와 서울아산병원의 입장이 달라 이번 성추행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전공의는 불쾌하다는 거부 의사를 수차례 표현했지만 지도전문의는 물리적 힘을 가해 강제 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서울아산병원 측은 "대전협과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 등이 피해 전공의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는 것에 유감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31일 대전협이 공개한 서울아산병원의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 답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0월 29일 B씨가 보내온 경위서를 참작해 조사를 벌였으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식에 함께 참여했던 제3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진상조사를 끝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은 11월 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A교수의 보직 해임과 감봉 등 징계를 결정했으며 이 교수가 맡고 있던 센터 소장의 직위도 해임했다.
하지만 메트로신문 취재 결과 성추행과 관련된 징계 및 사실 확인은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은 해당 교수에 대해 ▲부서장으로서 직원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전공의 대상 성폭력 관련 구설수에 올라 의료인의 품의를 손상시킨 점 등만을 이유로 들어 처벌을 결정한 것이다.
엇갈린 주장으로 논란이 더해지면서 전공의 B씨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진실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차 조사와 재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만전을 기했다"며 "확인되는 사실이 더 있으면 추가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고 말했다.
/황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