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될 영화 '플랜맨'의 주인공 한정석(정재영)은 1분 1초까지 알람에 맞춰 사는 계획적인 남자다. 신호등 건너는 시간, 편의점 가는 시간 등 하루 일과를 오로지 알람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그는 단 1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더러운 것도 참지 못해 누군가와 포옹만 해도 득달같이 세탁소로 달려가기 일쑤다.
영화는 그런 그가 짝사랑하는 여인(차예련)에게 계획적인 면이 싫다며 퇴짜를 맞은 후 무계획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후배 유소정(한지민)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정석의 삶은 점차 바뀌어 간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캐릭터가 신선하다. 본인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캐릭터가 무계획적인 삶을 사느라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수시로 웃음이 '빵' 터진다.
약 한 달 전 개봉된 영화 '열한시'에서 시간이동 프로젝트에 집착한 연구원 우석 역을 맡아 선굵은 모습을 보여준 정재영은 이번엔 찌질해 보일 수 있는 한정석을 실제 인물인 것처럼 능청스럽게 연기를 펼쳐 웃음 강도를 높인다.
그룹 UV가 만든 개성 강하고 신나는 삽입곡은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인기밴드 보컬인 유소정이 들려주는 한정석에 대한 이야기인 '플랜맨', 제목만큼 가사도 독특한 '개나 줘버려' '삼각김밥' '유부남'이 영화 속 코믹한 상황과 어우러져 영화 전반에 흐른다.
한지민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볼거리다. 평소 청순가련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발랄하게 기타를 치면서 직접 노래까지 부른다. 썩 잘부르지는 않지만 자유분방한 매력을 잘 살렸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며 웃음이 뚝 끊기고 무거운 분위기로 반전된다. 계획남으로 살아야 했던 한정석의 비극적인 과거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거가 너무 무거워 가슴에 돌덩이를 하나 얹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획적인 삶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처럼 영화라면 반드시 감동과 눈물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 비극적인 과거를 넣은 건 아닌 지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아픔을 가진 한정석이 사람을 통해 치유해 나가는 모습은 힐링을 선사한다. 새해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보기에 적당한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