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갑의 횡포' LG의 DNA인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호흡하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도경영과 준법 실천은 사회와 고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임직원 스스로가 더욱 더 높고 엄격한 잣대를 놓고 반드시 실천해 달라"-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올해 신년사에 내놓은 LG그룹과 LG전자 오너의 신년사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회사의 오너로 형제 사이다. 그만큼 그들의 한마디는 그룹 전체에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LG그룹은 '사회와 호흡하는 기업''정도경영 기업'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소위 '갑의 횡포'로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
▲LG전자, 영업점에 손해 떠넘기기
새해로 접어든 지 불과 열흘도 안돼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19억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29개 영업전문점에게 441건, 1302억900만원의 빌트인가전제품 납품계약과 관련, 납품대금의 20% 또는 100%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특히 신용등급 C미만으로 판매대금 미회수시 보험으로 거의 보상받을 수 없는 건설사 납품 건의 경우, 납품금액의 100%를 연대보증하도록 했다. 심지어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워크아웃 건설사, 부도가능성이 높은 건설사 등의 경우, 영업전문점에게 판매대금 전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한마디로 매출증대를 위해 향후 예견되는 손해를 판매점에 떠넘긴 것.
더욱 심각한 것은 LG전자가 연대보증 실적을 영업전문점의 실적평가에 반영하고, 영업전문점이 자신의 연대보증 요구를 거부할 경우 본납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지정된 영업대상 건설사를 환수해 타 전문점에게 이관시키는 등의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오너가의 신년사는 정치인이 선거 때만 사용하는 수사인지, 아니면 오너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행조직이 따로 노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구호뿐인 'LG전자의 정도경영'
한때 LG그룹의 소위 '갑의 횡포' 사례는 심각했다. 특히 가전제품과 휴대폰 등이 주력인 LG전자의 경우,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적은 이익률을 '원가절감'으로 메꾸는 사례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 또는 협력업체에 희생을 분담토록 해 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다만 제조업 분야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통신서비스 분야에도 비일비재했다. 지난 2000년 중반 LG유플러스에 서비스를 납품하던 모 업체 사장은 "협력업체라는 이유 하나로 매출과 실적 등 모든 것을 LG유플러스의 지침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불어 닥친 '경제민주화'의 요구로,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LG그룹은 다양한 '동반성장'방안을 쏟아냈다. LG전자만 봐도 ▲지난 2011년 5월 '1·2차 협력회사와 동반성장' 다짐 ▲2012년 4월 '협력회사간 공정거래, 동반성장 협약식' 개최 ▲2013년 3월 '2013 LG전자 동반성장 결의대회' 등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이를 홍보해 왔다.
심지어 LG그룹은 'LG 동반성장 협력펀드'를 통해 해마다 2500억원 규모로 협력회사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이를 언론에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공정위의 발표를 보면 과거의 문화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행태로 인해 오너들이 주창하는 대로 LG가 '사회와 호흡하는 기업''정도경영 기업'인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