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그루나무'라는 소형 식품업체는 생사의 기로에 서있었다. 떡볶이를 포함한 막창 등 음식 자체의 맛에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품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이때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연락이 왔다. 1980년대 초등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았던 맛을 낼 수 있게 떡볶이를 만들어 팔아보자는 제안과 함께.
이에 그루나무는 밀가루로 만든 작은 떡에 푸짐한 양념을 곁들인 '80년대 맛'으로 다시 태어났고 7개월 만에 27만개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매출액은 11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2명이었던 직원수는 40명으로 불어났다. 기존 유통 채널에서 퇴짜만 맞던 이 브랜드는 대형백화점에 입점한 상태다.
스타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창업해 유명한 물티슈 브랜드 '몽드드'는 오픈마켓에서 주로 영업을 했다. 유명인이 경영을 한다는 소문 덕에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2년 11월 판매 채널로 소셜커머스를 추가했고 1시간 만에 4만개가 팔리는 성과를 올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소셜커머스에서 팔린 이 회사 물티슈는 17만개이며 매출액은 40억원대다.
국내 중소기업이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고도 이를 알릴 기회나 판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갖추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모바일 쇼핑족이 몰리고 있는 소셜커머스와 손을 잡으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역시 '갑'의 위치에 있는 공급자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동반성장의 모범으로 꼽을 만 하다.
티몬, 쿠팡, 그루폰 등이 이끄는 국내 소셜커머스는 제품을 검색하면 많게는 수백 개가 리스트에 오르는 오픈마켓과 달리 제품군 중에서 상품기획자(MD)가 선택을 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모바일 쇼핑족의 주류인 2030 여성에게 어필하는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해 공급자가 누구이든 상품성만 있으면 쉽게 팔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판매 상위 100개 상품 가운데 80개 이상은 중소기업 브랜드다. 신성에프앤비의 '투데이넛 견과', 다솔의 '뜨끈이 핫팩', 디스토어의 '논슬립옷걸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패션·뷰티 분야에서의 중기 브랜드 성장은 눈에 띈다. '페이퍼플레인(의류·잡화)', 카오리온코스메틱스의 '카오리온', 카버코리아의 'A.H.C', 뷰티피플인터내셔널의 '뷰티피플' 등은 매 딜마다 수천 개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핫 딜'로 부상했다.
티몬 역시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6개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에서 공급한 것이다. '몽드드(육아)' '플랙진(패션)' '마녀공장(화장품)' 등은 국내외 유명브랜드를 능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김동근(36) 그루나무 대표는 "홈쇼핑이나 백화점에 비해 수수료도 낮고 무엇보다 중기업체의 고민인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구성해준다는 점에서 소셜커머스의 위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떡볶이만 해도 80년대 '추억'을 키워드로 '철수와 영희' 캐릭터를 도입할 것을 조언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