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정준일(32)의 음악은 새롭거나 낯설지 않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함이 묻어난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극적인 멜로디는 없지만 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특히 1990년대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이 간다. 시대의 트렌드에 흔들리기보다 매번 자신의 음악을 선보여온 그가 16일 정규 2집 '보고싶었어요'를 발매하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1990년대 음악을 즐겨 들었던 정준일은 "나는 그 시대 감성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시대 트렌드를 역행할 수 있지만 좋은 연주와 악기들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한편의 영화 같은 오케스트라 연주
정준일이 정규 2집을 시작하는데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화가인 조니 미첼의 영향이 컸다. 조니 미첼은 기타나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1970년대 전성기를 보냈다.
"우연히 조니 미첼의 음악을 듣고 오래된 음악이지만 굉장히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요즘 음악은 전자악기의 힘을 빌리는 반면 그의 음악은 현의 움직임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보통 대중가요는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저는 이번 앨범에 현을 내세웠어요. 전자악기보다 현을 중심으로 음악이 주는 원초적인 감동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이 때문일까 정준일이 직접 작사·작곡한 정규 2집 앨범 수록곡 10곡 중 8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국내 최정상급 세션인 서영도·홍준호·신석철 외에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또 펫 메스니·류이치 사카모토·마이클 브렉커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한 강효민 엔지니어가 함께했다.
◆ 정규앨범 "욕심 버릴수 없죠"
최근 가요계 트렌드는 미니앨범과 디지털 싱글이다. 그러나 정준영은 정규 앨범을 선택했다.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예요. 선배들에게 돈 많이 들텐데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그런데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정규 앨범은 꿈이나 마찬가지죠. 적게 벌고 적게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만약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음악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의 삶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술과 담배를 못하고 클럽도 일년에 한 번 갈 정도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과 연애'다. 이같은 마음은 고스란히 앨범에 담겨있다.
그는 "1집보다 사랑이야기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며 "사랑보다는 살아오면서 고마웠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세 번째 트랙 '고백'은 진솔한 가사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정준일 특유의 애절함이 묻어나온다.
◆ 아티스트도 인정한 그의 재능
가수 윤종신을 비롯해 이소라·유희열·김동률 등 선배 뮤지션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7번째 트랙 '크리스마스 메리'는 가수 이소라의 성향이 묻어난다.
"메이트로 활동할 당시 (이)소라 누나가 좋다고 했던 노래 대부분이 제가 만든 곡이었죠. 가끔 '니가 쓴 노래는 내가 부르면 되는 거잖아'라는 농담도 하세요. 특히 '크리스마스 메리'는 처음에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멜로디를 만들었는데 김동률 선배가 너무 전형적이라고 말해 기타 부분을 늘려서 재즈 음악으로 완성했죠.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거예요."
특히 이번 앨범을 듣고 유희열은 "제일 기대되고 두렵기도한 존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콘서트 '처음오신 분께 죄송'
지난해 10월 전역한 정준일은 자신을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 11월~12월 합정동 아르떼홀에서 총 19회 정준일 콘서트를 진행했다. 큰 기대없이 팬들을 위해 진행한 콘서트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전석 매진뿐만 아니라 티켓이 온라인에서 100만원 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는 "별다른 홍보없이 2년만에 공연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줘서 깜짝 놀랬다"고 운을 뗀 뒤 "처음 공연장을 찾은 분들은 불쾌했을 것이다. 7곡을 부르는 동안 코멘트없이 진행했고 공연 절반이 지나서야 팬들과 첫 인사를 나누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도 일리가 있다. 팝스타 제이지의 경우 2시간 동안 공연을 하면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기 보다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낸다. 피처링에 참여한 가수를 소개하는 시간을 빼면 19~20곡을 부르고 끝난다. 그는 "공연을 통해 정준일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며 "언제나 콘셉트는 비슷할 것이다"고 말했다.
·디자인/박은지·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