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으로 기억한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진행중이던 한 국회의원은 "금감원을 찾아오면서 여의도역 1번 출구가 왜 금감원 방향인지 알거 같다. 이는 금감원이 금융사의 동반자 역할을 하지 않고 군림하는 권위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1번 출구가 금감원의 권의를 나타내는 것 같다"라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말 때문인지 모르지만 현재 금감원 출구는 여의도역 2번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금감원은 당시의 권위주의를 타파했을까?
여전히 금감원은 권위주의 형식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최근 금융가를 휩쓸고 있는 카드사태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 13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사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및 정보보호최고책임자 회의를 열었다.
대략 70개가 넘는 회사에서 임원들이 이자리로 불려왔다. 어찌보면 발빠른 조치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너무나 형식적인 자리에 그쳤다는 점이다.
금융사 임원들과 방송 카메라, 기자 등 거의 100여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진행된 회의는 고작 10여분.
결국 금감원은 바쁜 회사 임원들을 모아 놓고 대국민 쇼를 한 셈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금융기관 임원은 "별다른 내용도 없었고 늘상 나오는 예기뿐"이라며 "왜 궂이 오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그저 오라고 명령하니 마지 못해 따라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카메라를 대동한 감독원장의 카드검사장 방문 같이 너무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업무처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금감원이 본인들의 말 처럼 진정한 금융사의 동반자자가 되려면 골목대장 같은 1번이 아닌 두번째 자리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는 진정한 2번이 되야 한다.
권위주의와 형식주의에서 빠져 나와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금융회사들을 올바로 이끌어주는 금감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